[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투자를 많이 하는 상황에서 전기료를 인하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9일 전기료 인하 불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전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잔치를 벌인다는 비판과 함께 차제에 전기수급 정책뿐 아니라 전기료 인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한전에 따르면 국내 전기요금은 일본의 40%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이 같은 이유로 조환익 사장은 에너지 신산업에 투자할 부담은 여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민소득·물가 고려한 요금비교해야
하지만 조 사장의 판단이 설득력을 얻을 지는 미지수다. 선진국 대비 저렴한 전기료가 과연 국민소득과 물가를 제대로 반영한 수준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또, 현재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두고 정부와 지역민, 시민단체 등이 찬반논쟁을 여전히 벌이고 있는데, 태양광과 스마트그리드, 화력발전 온배수열 활용 등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내릴 수 없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진국과 전기요금을 단순 비교하면 우리나라를 100으로 봤을 때 일본과 프랑스, 영국은 각각 188과 142, 180이지만, 물가와 국민 소득 차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기료는 마냥 저렴한 게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전을 향한 전기료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될 것이란 해석도 이 때문이다. 전기를 만드는 원가가 줄면 판매가격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일부 소비자 단체는 "이익 중 일부를 전기료 인하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개별 소비자 모임 등은 같은 이유로 누진세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석탄 등 원재료 가격은 지난 2011년 이후 20~40%씩 하락했지만, 정부는 같은 기간부터 5차례에 걸쳐 현재 24%까지 전기료를 올렸다.
정부와 한전은 여전히 같은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 전기요금이 OECD 대비 가장 낮고, 회사도 부채감축과 신산업 투자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며 전기료 인하를 우회적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통큰 배당…'세수 확대' 비판 제기
상황은 이렇지만, 이익은 고스란히 한전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한전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58조5404억원, 영업이익 4조4254억원을 기록해 당기순익이 10조1660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2014년에는 매출 57조3344억원, 영업이익 5조6737억원에 당기순익은 1조400억원을 거뒀다.
이는 석탄과 석유 등의 가격은 하락했지만, 정부가 전기료를 동결한 탓이 가장 큰 요인으로 떠오른다.
이러한 가운데 한전은 내달 정기주주총회에서는 1조9900억원 가량의 배당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역대 배당 중 최대로, 가장 큰 수혜자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가 된다. 산은은 32.9%의 지분을 보유해 6548억원, 정부는 18.2%를 보유해 3622억원의 현금배당을 받게 된다.
정부는 영업이익 증가에 따른 배당규모 확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한전의 대다수 수익은 국민이 낸 전기료다. 국민이 내는 전기료를 세수 확대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