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꺼져가던 드라마 한류에 불 지폈다
차이나머니 활용의 좋은 예…한·중·일 사로잡았다
중국의 사전심의 때문에 꺼져가던 드라마 한류 열풍에 '태양의 후예'가 불을 지폈다. 그 힘은 사전제작과 차이나머니에서 나왔다.
지난 2014년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방영 직후 중국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주인공 김수현처럼 성형하는 남자가 등장했다.
중국인들이 한류 콘텐츠에 열광하자 중국산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다. 중국은 자국 콘텐츠 보호 차원에서 해외 미디어 콘텐츠의 사전심의 제도를 두어 방영 기준을 엄격히 했다. 이후 한국 방송사는 예능 포맷 수출로 눈을 돌려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SBS '런닝맨'이 대표주자다. 중국 미디어 업계는 '달려라 형제'(중국판 런닝맨)를 방송한 저장위성TV가 한 시즌 방송만으로 얻은 부가수익이 한화 3600억원 가량일 것으로 추정했다. JTBC '히든싱어', MBC '무한도전' 등도 예능 포맷을 판매해 수익을 거둔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 뒤를 이어 최근 차이나머니를 활용해 사전제작으로 탄생한 '태양의 후예'가 드라마 한류열풍을 몰고왔다.
드라마 시청률 수직 하강으로 고전하던 KBS2 채널을 구원한 이 드라마는 1년간의 사전제작을 통해 완성됐다. 이미 마지막회 편집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가의 징크스 '사전제작=흥행 실패' 공식을 깬 첫 사례이기도 하다 .
사전제작은 드라마를 마지막회까지 모두 촬영한 후 방영하는 시스템이다. 방영 전 모든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시간에 쫓기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보편화되지 못했다.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다. 사전제작은 시청자의 반응을 캐치하고 바로바로 드라마에 반영할 없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와 김원석 작가의 필력과 뛰어난 연출, 믿고보는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한 6회는 시청률 28.5%를 기록, 30%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드라마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던 건 차이나머니의 힘이 컸다. 드라마 제작사 NEW는 중국 수출을 염두하고 사전제작을 선택했다. 중국에서 드라마를 상영하려면 6개월 전에 프로그램 방영계획을 보고하고 3개월 전에 작품 전체 심의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면 100% 사전제작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던 상황인 것. '태양의 후예'는 중국에서 전체 승인을 받아냈다. 현재 드라마는 중국 동영상사이트 '아이치이'를 통해 동시 방영되고 있다.
대만 왕보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6회까지 동영상 누적 조회수가 무려 4억4000만회를 기록했다. 2014년 김수현·전지현 주연의 '별에서 온 그대'의 조회수 기록을 경신했다.
한중 동시방영을 조건으로 중국 측은 총 제작비 130억원 중 1/3 정도를 투자했다. 덕분에 그리스 올로케 현지 촬영, 투입된 배우와 스태프 인원 총 350명, 전투 장면을 비롯한 재난 상황 등 스케일이 큰 장면 등을 소화할 수 있었다.
사전제작이었기 때문에 배우들은 '쪽대본'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맡은 역할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었다. 그리고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작품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태양의 후예'는 한국과 중국을 넘어 일본 팬의 가슴에도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13일 연예계 관계자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는 회당 약 10만 달러에 판매됐다. 총 16부작 전체 판매가는 약 20억 원(한화)에 달한다.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자 일본의 방송국 관계자들이 서로 잡으려고 줄을 선 것이다. 한류여신 송혜교와 군에서 제대한 송중기의 복귀작이라는 점과 탄탄한 스토리, 그리스 올로케 현지 촬영을 통해 볼거리가 많은 점 때문에 수출가도 덩달아 높아졌다.
'태양의 후예' 덕분에 꺼져가던 한류 열풍에 다시 불씨가 당겨지고, 국내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방영예정인 사전제작드라마는 '함부로 애틋하게'(KBS), '사임당, 더 허스토리'(SBS), '보보경심:려'(편성미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