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많은 화제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정상의 바둑기사와 인간지성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대결은 그 자체로 흥행의 대상이요 반성의 거울이 되었다. '세기의 대결'이라고 이름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이번 바둑대국을 계기로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최근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흐름이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자율주행자동차나 무인비행기 등 새로운 기술이 지금 세계 곳곳에서 화산처럼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이런 분출 속에서 우리나라는 뒤져 있다. 자율주행차나 무인비행기 인공지능 등 모든 분야에서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판 '알파고' 개발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그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이런 제4차산업혁명의 물결을 적극 흡수하고 앞서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 나름의 혁신과 창의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혁신과 창의는 기업문화와 기초학문의 뒷받침이 없으면 어렵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경우 박사급 인력만 수천명에 달한다. 이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하면서 일한다. 최고경영자 허사비스 역시 컴퓨터와 게임을 잘 다루기도 하지만 스스로 뇌과학을 깊이 있게 공부한 박사학위 소유자이다. 이같은 기초학문의 소양이 있었기에 컴퓨터라는 현대적인 도구를 창조적으로 응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학문의 토대가 너무나 허약하다. 정부나 기업 모두 당장 눈에 보이는 실리를 누리기에 급급하다. 재능있는 젊은이는 불투명한 앞날 때문에 기초학문에 인생을 걸기를 마다한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가 어찌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이공계나 인문계나 다 마찬가지이지만, 인문계가 특히 심각하다. 이제 제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조류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기초학문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기초학문은 창의력의 연못이다. 그 연못이 마르지 않고 풍요로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