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새누리당이 정치권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3선)의 공천 여부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원조 친박(친박근혜)'에서 비박이 된 유 의원의 컷오프 여부에 따라 당내 계파 갈등의 화약고가 터질 수 있는 만큼 당내에서도 의견 수렴이 어려운 분위기다.
특히 그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김무성 당대표가 마침내 16일 공천관리위원회가 7차까지 심사한 단수추천한 11곳 중 7곳을 보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20여분 뒤 기자회견을 열고 '유승민 공천' 보류 및 '주호영 재심 반려'와 함께 서울 3곳 등 총 11곳에 대한 8차 경선 결과를 발표하며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공천을 둘러싼 갈등으로 '유승민 공천' 여부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날 이 위원장은 유 의원의 공천문제에 대해 "내부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론 수렴을 더 해서 언젠가 결정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공천' 발표가 지연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 의원의 탈락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15일 오후 7차 공천심사 결과 조해진·류성걸·이종훈·홍지만 의원 등 '유승민계'를 대거 탈락시킨 터라 유 의원 역시 공천 배제 대상이 될 거라는 얘기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함에 따라 TK(대구·경북)를 정치적 기반으로 '포스트 박근혜'를 노려왔던 유 의원은 수족이 잘린 채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것은 물론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공천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정치적 위기를 맞은 셈이다.
일각에선 '계보'에 대한 의리와 대권 주자로서 리더십을 감안해 유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19대 총선에서 수족이 모두 잘린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이번 공천에서 배제된 것처럼 유 의원 역시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지적에서다.
애초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대표적인 친박계로 분류돼 왔다. 직언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는 지난해 2월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 유 의원이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한 발언이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청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즈음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도 친박계의 융단폭격을 불렀다. 이 개정안은 정부가 법 취지와 맞지 않는 시행령을 만들 땐 국회가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이를 항명으로 받아들였고 유 의원에 대한 '배신의 정치'는 이렇게 나왔다.
친박계 의원들의 사퇴 촉구에 못이긴 유 의원은 결국 지난해 7월 8일 원내대표직을 사퇴했고, 그 자리에서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정치권에선 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이 나왔다.
최고위로 넘어간 유 의원의 공천 여부가 미뤄지자 일각에선 유 의원을 낙천시킬 경우 여론이 우려되고 그대로 두면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발이 예상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