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친박(친박근혜)과 비박이 정면충돌했다. '유승민 공천' 여부를 매듭짓지 못하던 새누리당이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를 넘나들며 사실상 '유승민 폭탄돌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계파 갈등은 김무성 당대표가 비박을 중심으로 한 공관위 결정에 제동을 걸고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이에 반박, 마이웨이를 선언하면서 삽시간에 번지고 있다.
[b]◆불붙은 '친박 vs 비박'[/b]
새누리당은 4·13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당 지도부의 균열, 낙천한 비주류 후보들의 집단 반발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당내홍은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의 공천 문제 여부와 맞물려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의 시작은 김 대표가 17일 오전 매주 목요일 열리는 정례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시작됐다. 이날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이재오·주호영·윤상현 의원 등을 공천에서 배제한 공천관리위원회의 지역구 후보 압축 심사 결과를 추인할 예정이었다.
친박계 서청원·김태호 등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의 최고위 불참에 따른 추인 무산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특히 전날인 16일 김 대표가 경선·단수·우선추천 지역에 대한 의결 도중 최고위 '정회'를 선언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8개 지역구에 대한 '보류'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정례회의까지 열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공천 훼방'이라는 것이다.
간담회 형식의 회의가 끝난 직후 원유철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당 대표께서 (최고위) 정회 중에 기자회견을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최고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사과를 요청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며 "오늘 경선 결과가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모아서 내일 하려고 (정례회의를) 연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앙당의 내분은 비박계 후보들의 '무소속 연대'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날 비박계 3선 중진인 진영 의원(서울 용산)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탈당 도미노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진 의원은 지역구가 여성 우선추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공천에서 배제됐다.진 의원을 시작으로 낙천한 5선의 이재오·조해진·임태희 등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b]◆유승민 컷오프시 계파갈등 일파만파[/b]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유승민 공천' 결과에 따라 더 크게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유일하게 공천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유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스스로 탈당을 선언할 경우 새누리당의 공천 후폭풍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선거 운동을 잠정 중단하고 사실상 '칩거'에 들어간 유 의원의 앞엔 세 가지 길이 있다.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와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그리고 공천을 받는 것이다.
이 중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 정체성 위배'를 들어 공천 발표 전 스스로 탈당을 선언, 무소속 출마를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유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된 김희국(대구 중남구)·류성걸(대구 동갑)·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등이 공천에서 배제당한 상황에서 유 의원마저 컷오프되거나 심사가 계속 지연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 맞선 데 대한 '정치적 보복'을 명분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계파 갈등과 정치적 보복의 불씨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관위가 유 의원을 공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 유 의원이 이를 거부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19대 총선에서 수족이 모두 잘린 친이(친이명박)계 이재오 의원이 결국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번 공천에서 배제된 것과 같은 전철을 우려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유력하다.
다만 유 의원의 결정은 어떤 내용이든 공관위의 심사 발표 이후가 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5월 국회법 파동 당시에도 끝까지 버티다 의원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한 뒤 물러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