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다음달 1일 보장성보험의 보험료를 인상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손해보험사의 자동차·실손보험 등 보험료 인상에 이어 생보사의 보장성보험료까지 인상이 예고돼 보험 소비자 부담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가 판매하는 종신보험·중대질병(CI)보험·암보험·어린이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보험료가 다음달 최대 20% 인상된다. 각 사가 보장성보험료의 책정 기준이 되는 예정이율을 0.25%포인트∼0.5%포인트까지 인하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사의 보장성보험은 평균 15%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보험료를 만기까지 운용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률로, 일반적으로 0.25%포인트 인하시 보험료는 최대 10% 가량 오른다. 한마디로 보험사 예정이율이 내리면 보험료는 오르고, 예정이율이 오르면 보험료는 내려간다.
◆지난 1년간 예정이율 1.0%p 인하
각 사의 예정이율 인하는 지난 1년에 걸쳐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보장성보험의 보험료는 평균 30% 가까이 올랐다. 역대 최대 인상률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은 지난해 이미 두 차례 보험료를 인상했다"며 "지난해 4월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인하했고, 보험가격 자율화가 본격 시작된 9월 이후 추가로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보사들이 예정이율을 연간 두 차례에 걸쳐 총 0.5%포인트 인하한 것음 전례 없는 움직임"이라며 "다음달 최대 0.5%포인트 인하까지 더해져 최대 1.0%포인트의 예정이율 인하가 예고돼 소비자들의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보험사별로 예정이율 인하 수치를 따지면 삼성생명은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을 종전 3.0%에서 2.75%로 0.25%포인트, 어린이보험과 재해입원 특약 등 일부 특약에 대해선 3%에서 2.50%까지 인하한다. 또 미래에셋생명 역시 3.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 흥국생명, 동부생명, 동양생명은 예정이율을 0.35%포인트씩 내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보사들의 예정이율 인하는 저금리 장기화 기조로 자산운용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며 "보험료 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예정이율 인하 조정을 통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보험업, 지난해 6조원 넘는 실적
문제는 지난해 보험업이 6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 은행권의 배 가까운 실적을 내고도 보험료 인상을 예고하고 있단 점이다.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자구노력없이 일방적으로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는 듯해 보험업계 내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은 그간 낮게 평가되어 오던 보험료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이에 집중하기 보다 보험상품의 보장 내용에 더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가격 자율화 시행으로 그간 잠재되어 있던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지난 몇 개월 사이 한 번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론 상품의 보장 내용 강화를 통해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