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 프로젝트인 우한 중한석화 전경. 중한석화는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통해 연간 250만톤의 유화제품을 생산한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글로벌 파트너링 현황. /SK이노베이션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SK이노베이션이 기업가치 30조원을 목표로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세웠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 1위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사업구조 혁신을 위해 전 세계를 무대로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화되는 저유가 추세에 따라 글로벌 시장동향에 의존적인 국내 정유사들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사업구조와 수익구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
이 같은 혁신은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올해 초 임원 워크숍에서 "일류 기업은 모든 영역에서 일류여야 한다"며 "사업의 틀을 바꾸고 접근법과 실천 방법도 바꿔 차원이 다른 목표와 꿈을 달성하자"고 강조했다. 수익구조와 사업구조, 사람, 역량, 기술,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혁신해야 글로벌 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인수합병(M&A), 포트폴리오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SK이노베이션이 혁신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글로벌 메이저 기업과의 합작이다. 다양한 판매 네트워크, 막강한 자금력, 진보된 기술, 원활한 원료 공급력 등 앞선 능력을 갖춘 메이저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SK이노베이션의 취약점을 보완한다는 구상이다.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들의 첫 합작 사례는 2008년 완공해 일일 75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는 SK루브리컨츠 인도네시아 윤활기유 공장이다. 윤활기유란 윤활유의 원재료를 말한다.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인도네시아 두마이에 제3 윤활기유 공장을 건설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미나스 원유가 윤활기유를 만드는데 최적의 원료였기 때문이다.
이 합작으로 세계 최고인 그룹Ⅲ 윤활기유 생산 기술을 갖춘 SK루브리컨츠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미나스 원유를 저가에 공급받아 세계 그룹 Ⅲ 윤활기유 시장의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렙솔과 함께 스페인 카르타헤나에 유럽 최대 규모의 '일복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도 건설했다. 이 공장은 렙솔이 윤활기유 원재료와 인프라를 제공하고 SK루브리컨츠가 생산 기술과 마케팅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일 1만33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 합작사업으로 SK루브리컨츠는 울산·인도네시아·스페인삼각 생산체제를 완성하고 일일 7만8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해 세계 윤활기유 3위 제조업체로 발돋움하고 세계 고급 윤활기유 1위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할 수 있었다.
정 부회장은 "스페인 렙솔과의 합작법인 일복(ILBOC)은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에 기반을 둔 사업구조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우한 중한석화의 성과 창출과 배터리 사업 생산라인 증설 등으로 본격적인 성장기반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우한 중한석화는 SK종합화학이 2006년부터 7년간 중국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을 설득하고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성사시킨 합작사업이다. 이 합작으로 SK종합화학은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한중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 프로젝트인 우한 중한석화는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통해 에틸렌 등 연간 250만톤의 유화제품을 생산한다. 석유화학 공장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해 통상 3, 4년 후에 수익을 내는 것과 달리 중한석화는 상업 생산 첫 해인 2014년 14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465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중한석화를 찾아 "중국의 경기불황과 성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그럼에도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시장"이라며 "중국 기업들과 중한석화와 같은 제2, 제3의 파트너링을 성사시켜 중국시장 공략을 가속하라"고 말했다.
신수종 사업에서도 글로벌 파트너링을 지속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해 베이징기차, 베이징전공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최근에는 다임러사와 2017년부터 출시할 벤츠 전기차 모델들에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7년치 이상의 공급물량을 확보한 SK이노베이션은 원활한 공급을 위해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의 생산설비를 4만대 규모로 늘리는 증설 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연산 1만5000대 규모를 3만대 규모로 증설한데 이어 8개월 만의 일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앞으로도 각 분야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SK의 '글로벌 영토'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