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현 통화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순원 금융통화위원은 23일 기자 오찬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유럽과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구조적 문제에서 야기된 경기 침체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순원 금통위원은 이날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경제 환경에서 세계 경제가 견조한 성장 궤도로 재진입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더 장기적인 시계에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요 회복과 공급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구조개혁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서비스업 및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등 성장모멘텀 발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순윈 위원의 이와 같은 발언은 기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금융시장 일각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순원 위원은 또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을 '그레이 스완(Gray Swan)'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레이 스완'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적지 않은 위험이 남아있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순원 위원은 세계 경제가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고 진단하며 "중국 금융시장, 미국의 통화정책, 국제유가 등 그간 불확실성이 높아였던 요인들이 최근 비교적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정순원 위원은 이어 "세계 경제 상황이 지난 30여년에 걸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으로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장기간 호황을 구가했고 금융에서 긴밀하게 연결됐지만, 실물과 금융부문의 불균형을 간과하면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는 것이다.
정순원 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을 중심으로 거시경제적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며 "최근 금융시장 내 변동성 확대, 전 세계적인 성장세 둔화, 원자재가 하락 등이 그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순원 위원을 포함한 금통위원 4명은 다음 달 20일 임기가 만료된다.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후임 금통위원 임명 절차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