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주도(酒) 이지민의 우리술 이야기
오메기술-유채꽃 만발한 제주도에 가면 맛봐야 할 술
남쪽나라 제주도는 지금 노란 꽃망울의 유채꽃이 가득! 봄 바람을 타고 싱그러운 꽃 향기로 가득하다. 지난 주말에는 유채꽃 길 걷기 대회가 열렸고, 오는 4월 9~10일에는 유채꽃 축제가 개최된다. 제주도 여행을 고려하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적기이다.
제주도는 먹거리가 유달리 많은 섬이다. 특히 미식가들에게는 천국이다. 바다내음 가득한 물회, 전복이 가득한 솥밥, 어른 팔 만한 갈치구이, 싱싱한 회, 두툼한 흑돼지 구이 등등. 어떤 지역을 가던 맛보아야 할 음식과 맛집이 넘쳐난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제주의 술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점. 제주의 술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제주도는 섬 전역이 성역화될 정도로 무속 신앙이 성행하던 곳이었다. 그래서 '당 오백 절 오백'의 섬이라고 불렸다. 제주도를 지배했던 토속신앙과 무속신앙의 영향으로 섬 곳곳에 신당과 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신당과 절에서는 사계절 가릴 것 없이 제를 지내고 굿판을 벌였다. 이 때 당신(堂神)에게 반드시 술과 고기를 갖추어 제사를 드렸는데, 신에게 올리는 술이 다름 아닌 오메기술이다.
1900년대 초까지는 집집마다 이 술을 빚었는데, 일제시대 주세법의 영향으로 불법화되고 단속이 행해지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다 1985년 오메기술이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면서 겨우 그 명맥을 이어오게 된다.
그렇다면 오메기술은 어떤 술일까?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토양 자체가 화산회토이고 물이 잘 빠져서 예로부터 벼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 당시 제주도 사람들의 주요 식량은 조와 보리. 그 중에서도 조는 제주사람들의 주요 식량이었는데, 조를 중심으로 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탁주와 청주도 좁쌀로 만들었다. 특히 차좁쌀로 만든 오메기떡을 별미로 많이 만들어 먹었는데, 오메기떡으로 만든 막걸리가 바로 오메기술이다.
오메기술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인공 감미료의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시큼하면서도 텁텁하지만 계속 음미하다 보면 차좁쌀의 진한 향기와 오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알코올도수는 13도. 처음 입에 넣었을 때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향취가 느껴진다. 그러나 한잔 두잔 연거푸 들이키다 보면 몸을 가눌 수 없는 '앉은뱅이 술'이 된다.
전이나 부침개 등 담백하면서도 기름기가 있는 음식은 제주도의 전통주 오메기술과 잘 어울린다. 오메기술의 곡주 특유의 감칠맛이 느끼함을 잘 잡아준다. 제주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해산물로 만든 전, 옥돔구이, 갈치조림 등이 추천 안주다. 제주도의 명물 오메기떡도 좋은 안주가 될 수 있다. 떡과 술? 하고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의외로 잘 어울린다. 찹쌀, 쑥, 팥 앙금의 단맛과 술이 만나 입에 착 붙는 찰진 맛을 선사한다.
Q. 오메기술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나?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양조장 '제주샘주'에서 구매할 수 있다. 양조장을 방문하면 오메기술을 비롯해 고소리술까지 시음해볼 수 있다. 제주도 여행 시 방문해보자. 제주샘주 www.jejusaem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