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 "대한민국의 상황이 위중한 때다. 잘 이끌어 나갈 대표를 뽑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제20대 국회의원 투표에 참가하며 내놓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기 대권 출마자로 거론되는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 같은 발언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고도의 계산된 발언이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유순택 여사와 함께 뉴욕 퀸스 플러싱의 시캐슬그룹에 마련된 재외선거투표소를 찾아 그의 지역인 서울 동작을에 한표를 행사했다. 동작을에는 새누리당 나경원·더불어민주당 허동준·국민의당 장진영 등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반 총장은 이날 투표를 마친 뒤 "4년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일할 국회의원을 뽑는 행사에 참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신성한 권리를 행사했다"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투표권자들도 투표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의 상황이 위중한 때"라면서 안보·정치·경제 등 모두가 어려운 상황임을 거론한 뒤 "이런 때일수록 투표에 참가해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 나갈 대표를 뽑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메시지는 차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된 만큼 의미가 담겨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특히 반 총장은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3~4분 가량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차기 대권 구상을 고리로 관련 대화가 오고갔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간 두 정상의 수차례 만남은 정가에 '반기문 대망론'을 점화한 바 있다.
일각에서 반 총장의 투표장 발언과 박 대통령의 만남을 연결 짓자 청와대는 "업무와 관련된 만남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반 총장은 또 미국 시민권을 가진 동포들에게 미국의 각종 선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