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면(24)이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 그러나 그룹 엑소의 수호라는 이름을 들으면 그가 누구인지 짐작갈 것이다. "원래 제 이름을 좋아해요. '부지런히 해서 큰 장군이 돼라'는 뜻이거든요."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로 배우로 데뷔한 김준면이 '수호'라는 예명 대신 자신의 본명을 선택했다.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다. 가수가 되기 전 배우의 꿈을 먼저 키웠던 김준면의 새로운 출발이다.
잘 알려져 있듯 김준면은 엑소로 데뷔하기 전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으로 들어간 것도 단지 노래만이 아니라 연기까지 하기 위해서였다. "데뷔에 가까워지면서 노래와 춤에 집중하다 다리를 다쳤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였을 거예요. 데뷔가 미뤄질 것 같아서 일단 학생으로 대학을 가자고 생각했죠. 제 특기를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예종 연기과에 지원했어요."
다만 아쉽게도 학교생활을 오래할 수는 없었다. 한예종 입학 이후 엑소의 데뷔가 결정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대신 엑소 활동을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배우의 꿈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변요한, 류준열 등 한예종을 다니며 알게 된 지인들과 친분을 이어가며 배우에 대한 꿈을 함께 키워갔다. 이들이 독립영화와 청춘영화로 배우 활동을 시작하는 걸 보며 자신도 언젠가 비슷한 장르의 작품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 소속사에도 독립영화 작품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만난 작품이 바로 '글로리데이'였다.
영화는 갓 스무 살이 된 네 청춘들이 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준면이 연기한 상우는 네 친구들 중 가장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친구들을 아끼는 인물이다. "오디션 때 지공(류준열)과 상우 역할을 준비해갔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저를 보시더니 상우가 어울릴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순수한 눈망울'이 상우와 잘 맞다고 하셨죠(웃음)."
할머니와 함께 사는 상우는 네 친구들 중 가장 가난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준면은 가난해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상우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다. 최정열 감독이 처음 생각한 상우도 사실은 고생을 많이 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김준면을 만나면서 지금처럼 순수함이 부각되는 인물로 그려지게 됐다. 영화 속 상우가 살던 동네를 걸어다니면서 김준면은 상우의 캐릭터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영화 '글로리데이'./필라멘트픽쳐스·엣나인필름
그토록 꿈꿨던 연기를 하게 된 만큼 순간순간 희열도 느꼈다. 상우가 사고를 당해 피를 흘리고 아스팔트에 누워 있는 신도 그런 장면 중 하나였다. "고민이 많은 장면이었어요. 실제 일어나지 않은 사고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됐죠. 그런데 피 분장을 하고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있는데 '나 연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부감으로 올라가는 카메라를 보며 죽을 것 같은 호흡을 내다보니 세상에 카메라와 나밖에 없는 기분이더라고요. 그때 환희를 느꼈죠."
청춘들의 환한 미소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러나 청춘들의 꿈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의 슬픈 단면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20대인 김준면도 영화를 보며 깊이 공감하며 때로는 눈물을 흘렸다. "학창시절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도 학교 수업은 빼먹지 않았어요. 친구들과 수학여행, 수련회도 다 같이 갔고요. 그래서인지 영화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촬영하면서도 네 친구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잘 와 닿았고요."
그렇게 한 작품을 끝낸 김준면은 보다 더 큰 꿈으로 배우의 길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보다 밝은 느낌의 청춘영화나 액션영화를 하고 싶다"며 배우로서의 포부를 드러냈다. 물론 엑소로서의 활동도 계속해서 이어간다. 계속되는 콘서트와 함께 여름에는 새로운 노래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배우로서 누구처럼 되자는 목표는 없어요. 가수 시작했을 때도 그런 목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배우로서의 이상처럼 생각하는 것은 '인간적인 배우'가 되는 것이에요. 길을 지나가다가도 '준면이 형' '준면이 오빠'라고 부르며 편하게 이야기 걸 수 있는 그런 배우요. 신비주의로 어렵게 느껴지는 게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제 이상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