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나인 기자] 정부가 앞으로 10년간 1000억원을 투자해 구글의 인공지능(AI)컴퓨터 '알파고'보다 빠른 국산 슈퍼컴퓨터를 개발한다.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슈퍼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초고성능 컴퓨팅(HPC) 사업단'을 설립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매년 100억원 안팎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1PF(페타플롭) 이상인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1단계 사업과 2021년부터 2025년까지 30PF 이상인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2단계 사업으로 추진된다. 1PF는 초당 1000조번의 부동 소수점 연산이 가능한 처리 속도를 말한다.
업계에서는 알파고가 슈퍼컴퓨터 성능으로 치면 0.2∼0.3PF 수준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비하면 2025년 개발완료 목표인 30PF는 알파고보다 90∼150배가량 빠른 셈이다.
새로 개발되는 슈퍼컴퓨터는 기존 상용제품의 약 4분의 1 수준(80㎾/PF 이하)의 전력을 소모하고 컴퓨터 간 연결을 통해 5∼10PF 이상 규모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개발된 슈퍼컴퓨터는 기상·재해 등의 공공 분야에 보급할 계획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초고성능 컴퓨팅 시장은 95% 이상을 글로벌 기업이 점유해왔다"며 "이 같은 상황으로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나 기술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개발된 슈퍼컴퓨터는 2012년 완성된 서울대의'천둥', 2014년 완성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바람', 지난해 완성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마하' 등이 있지만 각각 처리속도는 1PF의 약 5~10%에 불과했다.
미래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초고성능 컴퓨팅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슈퍼컴퓨터 수요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등 개발 생태계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 컨소시엄을 공모해 사업단을 선정하고 연내 법인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