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들을 찍을 수 없다. 가족이 밉다고 등에 칼 꼽고 나온 사람을 찍을 수 있겠는가? 거대 여당에 대항할 유일한 수단은 단합밖에 없다. 최악은 피하고 싶기 때문에 양향자 후보에게 투표하겠다" (29세 직장인 문기수씨)
"지금 광주·전남지역 정서는 더불어민주당을 호남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끼리 얘기해 봐도 대부분 국민의당에 기울어져 있다. 문재인씨가 호남에 오지 않는 것도 스스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 (52세 건설업자 김인식씨)
국민의당의 천정배 후보와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양향자 후보가 격돌하고 있는 광주 서을, 갈라진 야당처럼 민심도 두 갈래로 갈렸다.
역대 대선·총선 때마다 80~90% 이상의 야당 몰표를 보여준 광주는 이제 같은 야당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본지가 광주 서을 지역 연령별 시민 30명에게 인터뷰해본 결과, 주로 젊은 층은 더민주당의 양향자 후보를 지지하는 반면 40~50대 이상은 국민의당을 호남당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광주 서을은 양당 모두 우세지역으로 점친 곳이다. 이미 광주에서 지지층을 두텁게 하고 있는 천정배 후보에 맞서 더민주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 출신 양향자 후보를 내세웠다. 다만 광주에 깊이 자리 잡은 반(反)문재인 여론으로 인해 지지율은 천 후보에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광주 서을 지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4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천 후보의 지지율은 48.6%로 양 후보(21.2%)를 크게 앞섰다.
광주시 전체에서는 광산을을 제외한 7곳 모두에서 국민의당 후보들이 더민주당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승승장구하는 천 후보에게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4일 오후 김영남 광주광역시의원은 국민의당 탈당과 함께 천정배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김영집 전 국민의회 광주시당 공동위원장이 지난달 11일 탈당한데 이은 두 번째다.
천 대표의 전략공천으로 밀려나 무소속 출마한 김하중 후보도 연일 천 후보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지역 시민사회들도 '야권통합'을 위한 국민의당 낙선운동을 벌이며 천 후보의 지지도를 깎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은 천 후보가 앞선 상황이지만 양 후보의 추격이 거센 만큼 선거 당일까지는 결과를 점칠 수 없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권모씨(39·남)는 "광주에서 천정배 후보의 기반은 상당히 두텁다. 다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입장에서는 더민주당을 밀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며 "최근 광주·전남의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서울이나 경기로 많이 떠난다. 사람만 본다면 삼성전자 출신 양향자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선거를 8일 앞둔 5일 천 후보는 광주 서구 거리 유세와 최경환 후보와의 합동 유세 등을 실시했다. 유세현장에서 천 후보는 "박근혜 정권에서 신음하는 국민들을 위해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며 "지난 대선처럼 실패하고 눈물 흘리지 않으려면 친문재인 패권정당으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양 후보는 전남대 강연을 통해 'ICT·IOT 중심의 청년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양 후보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산업변화에 맞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기업과 협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제시했다.
자영업자 김모씨는(36·남) "사실 사람보고 투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느 당이 우리 지역을 더 생각하느냐를 두고 투표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막연한 기대감으로는 천 후보를 지지하지만 양 후보의 공약도 나쁘지 않다. 좀 더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