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며 각 후보들의 유세 경쟁이 한창이다. 빛나는 유세차량에 서서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후보자들이지만 그들의 조력자로 나서는 청년들은 '열정페이'를 강요받기 일쑤다.
한 정당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이 모씨(27·남)는 매일아침 자신의 지지후보를 위해 선거사무실로 향한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청년'이라는 수식어로 인해 보수도 없이 언론대응, SNS홍보, 유세 일정관리 등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취업준비를 하기에도 바쁜 시간 친한 선배의 추천으로 들어간 선거캠프에서 혹시나 정치권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이 노력의 보수를 받는 날은 자신의 지지후보가 당선됐을 때뿐이다. 일정 수준의 득표율로 선거운동비용을 보전 받는 경우에도 이들의 수고비는 제외된다. '열정페이'는 기업보다 정치권에서 먼저 시작됐다.
이 씨에 따르면 후보들끼리 첩자를 심어 상대의 캠프를 염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나 선거캠프 사람들을 추천으로만 채용한다. 무보수의 일을 하면서도 혹시나 첩자로 몰리지 않을까 눈치 보기가 바쁘단다.
또 다른 선거캠프의 최 모씨(32·남)는 이미 한 정당의 당원임에도 타 정당에서 각종 홍보 문자가 온다. 총선 후보가 당을 옮기며 당원 명부를 빼돌린 것이다.
상대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부터 회유문자까지…
깨끗한 정치, 부당함 없는 사회를 외치는 후보자들의 이면을 깨끗함과 거리가 먼 것을 넘어 표리부동하다.
최 씨는 "선거 후 이기든 지든 상대방이 인간적으로 싫어질 것 같다"며 "국민의 대표를 뽑는 공정한 경쟁이라기 보다는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비겁한 수를 써서 상대를 이기는 싸움판과 같다"고 말했다. 정치에 관심이 있어,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선거캠프에 뛰어든 사람들이 정작 정치권의 어두운 이면을 먼저 배우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