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송일국 "'장영실' 출연은 삼둥이 덕분"
'장영실'에서 스펙트럼 넓은 연기
체중감량 못한 것 감독님께 죄송
오해들은 작품 활동으로 떨쳐낼 것
여러 사극에서 나라를 건국한 왕을 다룬 적은 많지만, 조선시대 천재 과학자 장영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과학 드라마라는 생소한 장르와 처음 다루는 인물에 도전한 건 배우 송일국이었다.
송일국은 지난달 종영한 KBS1 주말드라마 '장영실'에서 노비로 태어나 종3품까지 지낸 당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을 연기했다. 집에 전문가용 공구박스가 있을만큼 기계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이번 역할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작품 촬영하면서 크게 힘들었던 건 없었어요. 다만 소품이 간혹 말썽을 부렸어요. 적지않은 돈을 들였음에도 너무 정교하다보니까 살짝만 잘못 관리해도 작동하지 않더라고요. 소품때문에 NG가 났었죠.(웃음) "
'해신'에서는 해상왕 장보고를, '주몽'에서는 고구려를 건국한 왕을 연기하는 등 시대극에서 선굵은 연기를 보여준 송일국은 이미 '사극본좌'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노비에서 과학자까지 신분을 넘나들며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아무래도 제 얼굴이 크다보니까 시대극에 더 잘 맞는 것 같아요.(웃음) 기존에는 주로 근엄하고 묵직한 왕을 연기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에 노비로 등장했어요. 초반에 연기에 힘을 빼려고 많이 노력했죠. 사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과 체중감량을 하기로 약속했었거든요. 아무래도 노비이기 때문에 호리호리해야 좀 더 와닿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육아를 함께 하다보니 쉽게 살이 빠지지 않더라고요. 감독님께 죄송하죠."
송일국은 '장영실' 제작발표회 당시 '지금이 사극을 하기에 최적기'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송일국은 드라마를 통해 '유일무이'한 장영실을 만들어냈다. 드라마 시청률 또한 동시간대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마지막회까지 10%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선전했다.
"제 연기에 100%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촬영 내내 즐겁게 임했어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였기에 연구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그리고 저는 연기할 때 '누구도 나만큼 이 역할을 해낼 수 없다. 이 역할만큼은 내가 최고다'는 정신으로 하거든요. 프로라면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송일국은 장영실에 대해 '시대를 잘못타고난 안타까운 천재'이면서 동시에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말했다. "조선시대에 태어난 게 참 안타까울 정도로 엄청난 천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안타깝지만, 또 운이 좋은 게 세종대왕을 만나면서 종3품 벼슬까지 지내거든요. 세종대왕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평생을 노비로 살았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는 참 운이 좋은 케이스죠."
'장영실'은 일본을 비롯해 해외 12개국 수출이 확정됐다. 송일국은 "이 드라마를 통해 해외 시청자분들이 지금의 대한민국 과학 기술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현재 해외에서 삼성 LG 등 IT 기업이 선전하고 있는데 15세기 과학 기술 역시 조선이 앞섰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송일국은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삼둥이 아빠'로 잘알려졌다. 이제는 '삼둥이 아빠'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배우에게 이러한 수식어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법도 하지만, 송일국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 아빠로 인식이 박힌 것이 기분좋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드라마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한 게 마지막이었어요. 그동안의 이미지가 강했던 건지 찾아주시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게 됐고,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이 전국에 나간거예요. 방송을 보시고 제 이미지를 다시 본 감독님들이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장영실'도 아이들 덕분에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저에게 참 감사한 프로그램이에요. 최고의 제작팀이 삼둥이의 육아 영상을 담아주신 건데 그만한 퀄리티의 선물이 또 어디있을까요? 잊을 수 없는 선물이죠."
송일국은 '장영실' 출연이 국회의원 어머니(김을동)의 출마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다소 민감한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그는 "'장영실'에 출연해서 그런 말이 나온 것처럼, 반대로 출연을 안했어도 '출마한다, 안한다'로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며 "내게 주어진 환경과 무관하게 배우로 끝까지 남고 싶다"고 말했다.
"'장영실'에서는 과학자, 그보다 앞서 촬영한 영화 '타투'에서는 뼛속까지 잔인한 연쇄 살인범을 연기했어요. 저를 둘러싼 숱한 오해들은 제가 열심히 활동하고 연기로 시청자에게 보답하면 자연스럽게 풀릴 거라고 생각해요. 장르 불문 영화, 드라마에서 다양한 연기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