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주도(酒) 이지민의 우리술 이야기
6. 올 봄엔 진달래꽃으로 만든 술 맛보세요
전국 각지에서 봄꽃 축제가 한창이다. 이번 주에는 16~17일 충남 당진시가 꽃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준비된 봄꽃 행사는 순성 매화·벚꽃 축제와 면천 진달래 민속축제.
당진천을 따라 약 3kg 에 걸쳐 수백 그루가 군락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는 순성 벚꽃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당진에서 자생하고 있는 시(市)화인 진달래꽃 축제는 역사와 전통이 만나 의미가 있다. 단순히 꽃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6-2호이자 1000년 역사의 면천 두견주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꽃을 이용해 다양한 술을 빚었다. 매화, 국화, 진달래, 야생화 등. 그 중 진달래꽃으로 빚은 술이 바로 두견주다. 여기에서 두견주라고 하는 이유는 진달래꽃을 두견(杜鵑)화라고도 불렀기 때문. 진달래는 식용이 가능하며 만성 기관지염에 좋고 혈액 순환, 피로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 우리 술에 곧잘 사용됐다.
두견주는 4월 초순에 진달래꽃을 채취하여 꽃술을 떼고 말려 두었다가 술을 빚을 때 함께 혼합하여 빚는다. 진달래꽃의 빛깔이 그대로 술에 녹아 들어 연한 황갈색을 띤다. 신맛과 누룩 냄새가 거의 없고 진달래꽃의 그윽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알코올함량은 18%로 다소 높은 편. 하지만 그 맛은 끈적거릴 정도로 달고 부드러워 마시기에 편하다.
진달래 그리고 두견주에서 역사와 전통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로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 장군과 관련된 오랜 설화를 빼놓을 수 없다.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 장군이 큰 병이 들어 몸져누웠다. 온갖 약을 써도 병세에 차도가 없었다. 그의 딸 영랑은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면천의 아미산에 올라 매일 같이 기도 드렸다. 100일 기도의 마지막 날. 꿈에 신령이 나타나 아미산의 진달래꽃을 따서 '안샘'물로 술을 빚어 아버지께 드리라 했다. 안샘은 현재 면천 초등학교 뒤에 있는 우물의 이름이다.
이 얘기를 들은 영랑은 신령의 말대로 술을 빚어 아버지께 드렸고, 그 뒤 병이 씻은 듯 나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면천에서 두견주를 약술로 빚게 되었다. 두견주의 술 맛을 제대로 내려면 안샘물로 빚어야 한다는 말도 함께 전해왔다고 한다.
달달함과 산미를 동시에 간직한 두견주에 어울리는 안주로는 진달래 등 꽃으로 예쁘게 부쳐낸 화전, 두릅숙회, 주꾸미 볶음 등을 추천한다. 입안 가득히 퍼지는 봄의 향기를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