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나인 기자] 이동통신 업계가 일정 기간 고가폰을 빌려주는 렌털 서비스를 내놓으며 '집토끼' 지키기에 나섰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매월 일정한 금액을 내면 잔여 할부금을 내지 않고 새 스마트폰으로 기기변경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의 '프리미엄클럽'은 새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 18개월간 단말기 할부금(30개월 할부기준)과 월 보험료 5000원을 납부하면 잔여 할부금을 내지 않아도 새 스마트폰으로 기기변경해주는 프로그램이다.
LG유플러스가 지난달 내놓은 'H클럽'은 단말기 할부금 50%와 보험료 월 7000원을 18개월 간 납부하면 남은 할부원금을 감면해준다.
가령 출고가 90만원, 공시지원금 15만원(할부원금 75만원)에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용자가 SK텔레콤의 프리미엄클럽에 가입할 경우 18개월 동안 할부금 45만원과 보험료 9만원을 납부하면 최신 스마트폰으로 교체할 수 있다. 최대 12개월치의 잔여할부금 30만원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보통 24개월을 약정으로 하는 기존 요금제에 비해 휴대전화 교체기를 반년 가량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이동통신사가 렌털 서비스에 나서는 배경에는 프리미엄폰 수요 감소와 기존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셈법'이 숨겨져 있다.
지난 7일부터 9일 간 이통시장 번호이동 건수는 2만건을 상회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7일 2만305건, 8일 2만244건, 9일 2만1654건을 기록한 것.
일반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과열로 평가하는 기준은 일평균 2만4000건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 8일 326명 순증한 것을 제외하면 일주일 내내 순감해 총 2109명의 고객을 잃었다. LG유플러스도 총 507명을 경쟁사에 뺏겼다.
이러한 가운데 렌털 서비스는 1년 뒤 나오는 새 프리미엄 제품의 소비자를 예약해 두는 효과를 거둬 충성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특정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록인효과(Lock-in)'로 '집토끼'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렌털 서비스는 최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 이후 공시지원금 상한과 성능 좋은 중저가폰 출시로 인해 침체된 프리미엄폰 시장으로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
실제로 LG유플러스에 따르면 H클럽을 통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 건수가 일 평균 300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되면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의 상승을 이뤄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새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부담을 최소화하고 위약금 부담 없이 약정 기간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만 기기를 분실하거나 파손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중고폰 가격이 높게 책정된 고가폰의 경우에는 해당 프로그램으로 남은 12개월의 할부원금 면제받는 대신 직접 판매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렌털 서비스는 특히 최신 스마트폰으로 자주 교체하는 고객들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약정 기간 등 반납조건과 중고폰 시세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