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입법 지연을 야기한 국회, 공천 갈등도 문제지만 정책 실패에 대한 정부 심판이 우세한 선거였다."
20대 총선에서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를 택한 민심에 대해 정치학 교수 및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같이 평가했다.
새누리당엔 정부여당으로서 함께 경제위기를 돌파하지 못한 책임으로 회초리를 들었고, 두 야당에겐 경제회복을 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우세가 정부여당 심판론에 의한 반사작용의 결과라는 평가를 내놨다. 또 국민들이 어느 한 쪽에 표를 몰아주지 않고 '균형'을 이룬 것은 20대 국회가 화합을 통해 일하는 국회가 되길 바라는 민의가 담겼다고 말했다.
14일 본지의 '20대 총선의 의미'에 참여한 가상준 단국대 정치학 교수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오정근 건국대 특임 교수, 이필상 서울대 초빙 교수(가나다 순) 등 4명의 전문가들은 13일 실시된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참패를, 더민주엔 우세를, 국민의당엔 승리를 안겨준 이유를 이같이 분석했다.
오 교수는 "그동안 경제 정책의 실패를 국회의 입법 지연 탓으로 돌렸던 여론이 이번엔 정부가 정책에 실패했다는 데 방점을 찍고 정부를 심판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배 본부장도 "여당심판이 아닌 정부 심판"이라고 잘라 말한 뒤 이번 총선에서 진영(서울 용산구), 조응천(경기 남양주갑) 후보의 당선에 대해 정부에 대한 비판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봤다.
당초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됐던 진 후보와 조 후보는 각각 '청와대 지라시' 파문과 '기초연금'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면서 비박으로 멀어졌다. 사실상 비박계인 이들을 국회로 보냈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여소야대' 원인으로 위기에 빠진 경제를 지목한 뒤 "정부와 여당이 경제를 살려서 가계부채도 줄이고 일자리도 만들어주길 기대했는데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싸움만 하자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 교수도 "그간 국민이 집권당인 새누리당에게 기회를 많이 줬는데 그에 호응하지 못하면서 이번엔 제대로 운영하라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공천 내홍에 따른 탈당과 옥새 파동 등은 새누리당에 참패를 안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제1당'의 지위를 얻은 더민주와 3당체제로서 위상을 확고히 한 국민의당의 승리는 보수지지층 이탈에 따른 반사작용으로 보고 자만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와 오 교수는 "야당이 잘해서 준 표가 아니라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면서 생긴 표"라며 "(두 야당의 승리는)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의 이탈 반사작용 때문이다. 여당에게 각성하라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122석)과 더민주(123석)의 의석수가 엇비슷해지면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의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 본부장은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16%정도에 불과했던 국민의당 정당지지율이 실제 선거에선 26.7%를 기록했다"며 "10%p는 새누리당 지지층이 국민의당에 국회의 정책 주도권과 이슈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해달라는 여론을 담아 던진 표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 교수도 "거대 여야 체제를 깨기 위해 국민의당에 표를 준만큼 향후 이들의 행보는 중요하다. 제3당으로서 중간 역할을 하면서 여야 협조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대 국회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정당·계파를 떠나 입법 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다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