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가 가마 속 뜨거운 열기에 맞서 '노오오력'하면 도자기가 되지만, 금수저는 곧바로 녹아버린다. 도자기가 됐다고, 살아남았다고 기뻐할 것 없다. 녹아내린 금수저는 귀금속으로 세공되니까."
청년실업과 n포세대로 대표되는 2030청년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새로운 수저계급론이다. 기존 수저계급론이 단순히 '타고난 것은 극복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면 '타고난 것의 차이는 노력하면 할수록 더 벌어진다'로 자조적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
사당역에서 만난 전지원씨(24, 여)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겠다"며 4·13총선 결과에 대해 "인생의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하여튼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어요"라고 평가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악덕업주를 만나 아르바이트 월급을 떼인 청년에게 "인생의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하여튼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어요.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상대를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해 마음을 바꾸는 것도 여러분의 능력"이라고 말을 해 비난을 산 바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36.2%를 기록했던 20대 청년층의 투표율이 20대 총선에서 49.4%(KBS 출구조사 기준)로 13.2%포인트가 올랐다. 30대 투표율도 43.3%에서 49.5%로 6.2%포인트 증가했다.
청년 투표율이 크게 오르며 총선 결과에도 이변이 속출했다. 새누리당은 과반 미달은 물론 122석을 차지하며 원내 1당 지위를 박탈당했고,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으로 1당 지위에 올랐다. 국민의당은 38석을 차지하며 20대 국회의 핵심 세력으로 떠올랐다. 여소야대 정국이 된 것은 16년만의 일이고 20년 만에 원내 3당 체제가 갖춰졌다.
집권여당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은 깊었다. 전씨는 "함께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 가운데 취직한 친구가 몇 되지 않는다"며 "언론에서 실업률도 사상 최악이라 하더라. 취업 재수는 기본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집권여당이)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J씨가 대학에 들어갈 2012년 당시 7.5%였던 청년실업률은 지난 2월 12.5%까지 올랐다. 1분기 누적 청년실업률은 11.3%로 분기 기준 최악의 기록이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1.8%로 이 역시 3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야권도 청년층의 분노를 피해가진 못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이 모씨(30, 남)는 "현 정국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야당에 표를 줬지만 야당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무능하긴 마찬가지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기고만장해진다면 다음에는 군소정당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청년이 활력을 잃으면 국가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길 바란다. 국내에 일자리 없다며 해외로 쫓아내는 것도 멈췄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청년 일자리 창출 약속을 쏟아낸 바 있다. 더민주는 청년고용할당제 확대로 청년 일자리 7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고용할당제는 공공기관이 정원의 3% 이상을 34세 미만으로 채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올해까지 한시적 시행이었지만, 더민주는 이 제도를 3년 연장하고 공공기관은 5%, 민간 대기업은 3%를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구상대로면 공공기관에서 35만개, 민간 대기업에서 37만개로 총 72만개의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새누리당은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전국 16개 시도로 확대할 방침이다. 청년희망아카데미는 현재 청년희망재단이 서울권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청년희망아카데미는 직업 교육과 지역 맞춤형 일자리 매칭 등을 제공한다. 새누리당은 워킹홀리데이와 비자쿼터 확대로 청년 해외진출도 촉진할 예정이다.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공약보다 강화된 청년고용할당제를 주장했다. 제도 운영을 5년 연장하고 공공기관과 민간 대기업에 5%를 적용할 방침이다. 법정 청년 연령도 현행 29세에서 34세로 높여 지원 대상을 늘리고 '후납형 청년구직수당'을 도입해 청년들의 취업준비 지원에 나선다.
최저임금 위반과 노동착취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 청년들의 근무환경도 개선할 예정이다. 지하철에서 만난 청년들은 정치권의 공약(公約)이 이번에도 '공약(空約)'으로 남을 지 지켜보며 내년 12월 대선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총선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