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이 이달 초 새로 이사한 서울 신대방동 연구원 앞에서 지난 12일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사진=김승호 기자
[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자영업자가 열심히 일해 상권을 만들어놨더니 건물주가 쫓아내는 일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자영업자는 임대료 상승에 매출 하락까지 이중고를 겪는다. 내수와 중산층을 떠받치는 핵심(자영업자)이 활력을 잃은 것이다. 이 같이 임대료 과다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또 어떤가. 거래관계 정상화가 중요하다. 중소기업이 만드는 제품에 대해 (대기업 등이)제 값을 쳐 줘야 중소기업들도 인건비를 후하게 줄 수 있다. '제 값 받기' 운동이라도 펼쳐야 한다. 불공정 관행을 없애고, 기업들의 교섭력을 키워주는 것도 절실하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의 말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 창업·벤처, 소상공인, 고용·인력 등의 연구에 대한 국내 대표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전체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99%가 연구 영역인 셈이다. 연구원은 그동안 서울 상암동에서 더부살이를 하다 첫 집을 장만해 이달 초 동작구 신대방동으로 이사를 했다. 새 둥지를 튼 후 언론매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12일 메트로신문이 김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미디어 관련 기업들이 주로 모여 있는 상암동보다 새로 이사 온 신대방동은 어떤 장점이 있나.
-상암동도 (입지 등은)나쁘지 않았지만 임대료가 비쌌다. 일단 이 곳은 연구원만의 공간이다. 구로디지털밸리도 가깝다. 1만2000여개의 기업들과 소통하기에도 좋다. 동반성장위원회, 벤처기업협회 등도 구로에 있다. 경기 남부 등 수도권에 있는 중소기업들을 찾아가기도 수월해 현장 연구를 하기엔 좋은 장소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대책과 많은 예산이 매년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 문제점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여전히 거래관계의 불공정은 중소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핵심 문제다. '갑질 논란'도 결국 거래관계가 불공정해서 생기는 것이다.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겪는 불공정 관행을 없애는 게 관건이다. 기업들의 교섭력을 키워주고,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능력있는 기업들이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인건비를 더 줄 수 있도록 이들 기업이 만든 제품에 대해 대기업은 적정한 값을 치러야 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의지도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 예전엔 중소기업 CEO들이 성공의 과실을 독식했다. 하지만 지금은 근로자들과 동반성장하는 중소기업 사례가 많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동반성장을 요구하는 만큼 근로자들과도 동반성장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되면 중소기업들의 인력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한 때 불거졌던 동반성장, 적합업종 관련 이슈는 많이 퇴색한 듯 하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격이나 거래조건을 갖고 동반성장 문제를 해결하려하고 있지만 이젠 벗어날 때가 됐다. 파이를 키우고, 쪼개는 과정에서 대기업이 좀더 양보하고 중소·중견기업들이 더욱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기업들의 교섭력 제고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한 적합업종 문제도 법제화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제화는 최후의 수단이다. 법제화를 하면 그 후엔 답이 없다. 일부 품목들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중소기업도 경쟁력을 찾아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 (적합업종 등으로)정부가 보호해주는 것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해결책은 있나.
-소상공인들은 임대료가 상승하고 매출이 하락해 활력을 잃고 있다. 그중에서도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는 건물주의 '렌트 시킹(Rent Seeking·지대 추구)' 행위는 자본주의에서 아주 비정상적인 것이다. 건물주가 당장 돈을 몇푼 더 버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상인들과)상생하며 욕 안먹고 장기적으로 가는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해 제도적으로 구별해줘야 한다.
재산을 대물림하는 건물주에 대해선 엄격하게 과세를 하되, 상생하는(내쫓지 않고 영업권을 보장하는) 건물주에 대해선 재건축·재개발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과도한 렌트 시킹은 정상적인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수 밖에 없다. 악덕 건물주는 엄격하게 제재해야 한다.
▲소상공인의 매출 하락에 대한 대책이 있나.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을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이 다른 나라 기업을 국내로 적극 유치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 대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아웃소싱을 하다보니 (재화·인력 등이)해외로 가는 게 더 많다. 부족한 내수를 채울 것이 없다. '인바운드 글로벌'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외국기업을 유치해서 소상공인들과 접점을 만드는 것이다. 또 국내로 들어온 외국 관광객이 뿌리는 돈이 일부 대기업 면세점에만 몰리지 않도록 면세점 정책도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관광상품도 개발해 지역, 지방으로 관광객들이 갈 수 있도록 해 부족한 내수를 이들이 채우고, 결국 튼튼한 내수를 만드는 게 중소기업 정책의 큰 틀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