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윤웅원 사장은 업계 내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꼽힌다. 지난 1990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한 윤 사장은 재무관리부장·전략기획부장·재무관리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KB금융의 지주사 전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 취임 후엔 그간의 역량을 인정받아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사장 자리에 앉았다. 이후 지난 2014년 KB사태로 물러난 지 1년 만인 올 초 윤 사장은 '사면초가'에 빠진 KB국민카드의 '구원 투수'로 복귀했다.
KB금융이 정통 '은행맨' 출신인 윤 사장을 KB국민카드의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 이유는 윤 사장의 전략적인 마인드와 추진력, 탁월한 조직관리 역량 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KB국민카드의 노사관계 정상화에 있어 윤 사장의 조직관리 역량이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조직 재정비+신(新)사업 발굴
지난해 말 KB국민카드 노사는 임단협 과정에서 통상임금 기준 변경과 직원연금제도 이행 여부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며 본사에서 천막농성투쟁을 벌였다. 이에 윤 사장은 올 초 취임 직후 노조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며 특유의 탈권위적 리더십을 발휘, 노사 관계 회복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훼손된 KB국민카드의 노사관계가 올 초 윤 사장 주도 하에 재정립되고 있다"며 "권위적인 것을 싫어하는 윤 사장의 허물 없는 소통이 노사간 관계 회복을 이룸에 있어 1등 공신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사장은 또 올해 KB국민카드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윤 사장은 먼저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KB국민카드 미래사업본부 산하 신성장 동력 발굴과 신규 수익원 창출의 첨병 역할을 담당할 빅데이터(빅데이터전략센터)·핀테크(핀테크사업부)·신사업(신사업추진부) 등 3각 편대를 구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윤 사장은 온라인과 모바일 결제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 변화에 적극적·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O2O(Online to Offline)를 비롯한 옴니 채널 마케팅 총괄 부서인 모바일사업부도 신설했다.
윤 사장은 아울러 해외시장 진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인도네시아·베트남·라오스 등을 시작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 현지 대표 기업과 협력을 통해 안정적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나빠진 경영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며 "카드 거래시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도 절감해 최대한의 비용을 줄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윤 사장 "관행 바꿔야" 강조
윤 사장은 올 초 취임식을 생략하고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011년 KB국민은행에서의 카드사 분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 위함이었다"며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일하는 방식과 사고의 틀, 업무 관행을 바꿔야한다"고 강조하며 직원들에게 현 KB국민카드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당기순이익 비중이 전년 대비 1%포인트 감소한 22%에 그치며 KB금융 비은행 부문 강화 방침을 내세운 그룹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KB국민카드의 1·4분기에서 3·4분기까지 영업이익은 37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23억원) 증가했다. 언뜻 선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2014년 고객 정보 대량 유출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특히 순이자이익은 2.7%(202억원), 순수수료이익은 4.5%(37억원) 각각 감소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는 금융당국의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카드사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3·4분기까지 누적 기준 KB금융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은행이 67%, 카드가 20%를 차지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KB금융은 오는 2020년까지 비은행 부문 이익을 4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의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선 은행 다음으로 이익이 많은 KB국민카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윤 사장이 올해 KB국민카드의 '구원 투수'로서 어떤 구력을 발휘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