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이은이 말하는 '인정' 그리고 '매력'
짧은 단발에 환한 미소, 거리낌없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발랄함.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매력티비' 진행자여서일까. 서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은(34)은 매력 그 자체였다.
이은은 '매력티비' 진행자 중에서도 특히나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학력, 스펙, 집안 환경 등 조건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에게 '나다움'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사는 게 행복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민낯으로 리얼한 일상을 여과없이 공개하고 있다..
"민낯으로 방송하는 게 여배우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죠. 그런데 저희 프로그램이 '매력'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자신의 모든 것을 인정했을 때 비로소 본인의 매력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부터 방송에서 당당하고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잘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본인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이었으면 좋겠어요."
데뷔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녀를 잘아는 대중은 많지 않다. 2003년 영화 '튜브'와 MBC 시트콤 '논스톱4'로 얼굴을 알린 뒤 MBC '뉴하트' '궁' SBS '건빵선생과 별사탕'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2012년 채널A '총각네 야채가게'를 끝으로 방송 활동을 접었다.
"지난 3년 동안은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어요. 극한의 생각도 할 정도로 많이 지쳐있었어요. 갑작스럽게 아버지까지 돌아가셨거든요. 그런데 불현듯 그때 당시 제 모습이 참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원해서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 숨어지내는 삶이 제대로 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고 바쁘게 살기 시작했죠. 이쪽 일을 아예 안할 생각으로 일반 회사에 취업도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지금 소속사(장인엔터테인먼트) 이사님이 찾아오셔서 '꿈을 놓을 거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날 하루종일 제가 원하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역시 배우가 하고싶더라고요. 다시 일어서기로 했죠."
공백기동안 그녀의 마음은 단단해졌고, 내적으로도 훌쩍 성장했다. 다수의 아르바이트와 회사생활을 하면서 현실을 마주했고, 이는 배우 인생에 좋은 경험이자 가르침이 됐다. 이제까지 주인공의 친구 역할을 주로 해온 이은은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에 대해 '현실성 있는 캐릭터'라고 대답했다.
"실제 회사생활도 하면서 많은 이들과 부딪히고 현실을 알아버렸잖아요? 방송 활동만 계속하고 있었다면 아마 몰랐을 것들이죠. 제 경험을 연기에 녹일 수 있게 됐죠. 그래서 저는 현실성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자신있고요. 올해는 저에게 더 많이 집중하고 주변인을 챙기는 해가 될 것 같아요. 좀 더 멀리 뛰기 위해 제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이요."
가냘픈 몸매의 그녀는 의외로 마라톤을 즐겨한다.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대뜸 "마라톤은 인생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길을 모를 때는 무작정 앞사람 뒷통수를 따라가기도 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각자 결승선을 향해 달려가는 게 삶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이은은 "내리막 오르막 길이 있고, 힘들 땐 천천히 걸어가도 된다"며 "삶에 지친 청춘에게 마라톤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밝고 긍정적인 이은은 '지금'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내일'을 기대한다.
"20대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요.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더 행복할 것 같아요. 경험치가 쌓인다고 하잖아요? 알게되는 사람들도 많고요. 제 인생 통틀어서 가장 행복한 때를 묻는다면 '오늘, 지금'이라고 대답할 거예요.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울해하기보다 또 어떻게 변할지 기대하는 건 어떨까요? 끊임없이 나 자신과 내 인생에 대해 질문하다보면 그안에서 가장 값진 무언가를 찾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