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20일 SK이노베이션 본사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향후 사업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짧은 호황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 모든 것을 갖는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20일 SK이노베이션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영전략을 밝혔다.
특히 정철길 부회장은 글로벌 정유 및 전기배터리 업체들을 인수합병(M&A)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비쳤다. 이에 따라 저유가 흐름이 지속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해외 유전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정 부회장은 간담회 서두에서 "긴 불황에 국가 경제도 어렵고 어둡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시도하는데 큰 효과는 보지 못한 것 같다"며 "대한민국, 기업 그리고 청년이 힘내서 이 상황을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향후 10년은 이어질 저성장 시대… 최대한 적응해 성장해야
정 부회장은 현 상황에 대해 "적어도 향후 10년간 이어질 '뉴 노멀' 시대는 짧은 호황과 긴 불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짧은 호황에 큰 수익을 내는 일류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알래스카의 여름은 짧지만 많은 생명이 그에 적응해 살아간다"며 "불황이 길어진다 해도 모든 회사가 쓰러지진 않는다. 잘 적응한 일류 회사는 큰 성장을 이루고 이류 회사는 어려움을 극복한다. 삼류 회사가 쓰러지면 일류 회사가 쓰러진 회사를 인수하고 커지는 것"이라고 뉴 노멀 시대 적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의 주력 분야인 정유와 화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정 부회장은 "과거 원유를 채굴하는 업스트림이 웃었지만 이제는 저유가로 원유 가격이 낮아지며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사서 휘발유와 경유 등 다양한 제품으로 정제하는 다운스트림이 웃고 있다"며 "석유화학도 에틸렌과 파라자일렌 스프레드가 개선되며 나프타 크래커(NCC) 플랜트들의 경쟁력이 올라가 올해까지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으니 이 시기에 불황을 얼마나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짧은 호황으로 긴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사업 포트폴리오라는 '하드 파워'와 조직문화라는 '소프트 파워'를 혁신한다. 하드 파워 강화 방안으로는 ▲고부가제품 생산 ▲셰일가스 등 비전통자원 개발 ▲글로벌 파트너링과 M&A ▲중국과 미국 중심의 사업개발이 꼽혔다.
정 부회장은 "에너지, 화학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하며 동아시아 지역 톱티어 기업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전기차 배터리 같은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M&A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 파워에 대해서도 "옛날엔 유가가 하루에 1% 내외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변동폭이 5%까지 커졌다. ICT회사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전 확보 위해 M&A 추진, 2차전지 中 공장 증설도
정 부회장은 유전 확보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원가 경쟁력, 넓은 시장, 발달된 기술 이 셋 중 우리보다 나은 것이 한 가지 이상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M&A나 제휴 등을 맺어갈 것"이라며 "요즘은 유전을 유심히 보고 있다. 올 한해 유가로는 평가 금액이 맞지 않아 더 기다라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전 개발을 담당하는 최동수 SK이노베이션 E&P사업 대표는 "현재 유가는 배럴당 40달러지만 유전 가격을 정하는 잠정 장기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수준"이라며 "지금 두 가격의 차이가 30달러 정도되는데 저유가가 더 이어져 15달러 차이로 줄어들면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신규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서는 "20년 가량 연구개발하며 준비해 이제 겨우 선보이는 시장"이라며 "시장을 만들어가야 하는 입장인 만큼 같은 한국 업체인 LG화학, 삼성SDI 등이 우리와 함께 잘 해주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김홍대 SK이노베이션 B&I 대표도 "자동차 회사에 납품한 배터리 가운데 AS요청을 받은 것이 없을 정도로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다"며 "중국 공장 증설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좋은 소식을 앞으로도 많이 전할 예정이니 국내 다른 배터리 업체들도 동반자적 관점에서 세계 시장 확대와 점유율 증대에 좋은 소식 들려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우리의 노력은 결국 기업가치로 증명될 것"이라며 "2018년 전후 시가총액 30조원이 1차 목표고 이후 50조원, 100조원으로 목표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19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15조1181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