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한진해운은 해운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부채는 5조6000억원에 이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달 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한진해운의 재무구조 악화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산업별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은 만큼, 이를 두고 한진해운도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월부터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진행한 재무진단 컨설팅을 마치고 경영개선 방안을 한진해운과 논의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013년 이후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조7000억원 규모의 전용선부문을 매각하고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자구노력을 해 왔다. 지난 달에는 한진그룹의 지원을 받아 신종자본증권 2200억원을 발행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런 자체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진해운을 정상화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권단 자율협약과 용선료협상 등이 병행되는 앞서 현대상선이 진행한 것과 유사한 형태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총 차입금은 5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금융권 차입금은 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공모·사모사채가 1조5000억원, 매출채권 등 자산유동화 규모가 2000억원, 선박금융 등이 3조200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권 채권단의 지원만으로는 정상화가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채권단은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사채 만기를 연장하고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도 병행해 모든 이해당사자가 고통을 분담하는 형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현대상선과 같은 구조조정 틀을 따를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앞서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한 현대상선의 경우 현정은 회장이 300억원 사재를 출연하고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등의 결단을 내렸다. 지지부진했던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현 회장이 경영권을 담보로 가져오자 빠르게 진행됐다.
만약 조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고수하게 될 경우 정부의 압박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의 구조조정에 이르지 못할 경우 해운사 자금 지원 정책인 '선박펀드'는 물론 5조원이 넘는 부채의 재조정, 금융권 대출이자 인하, 여기에 유동성 지원 등의 길이 막혀버려 법정관리(회생절차)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한진해운 부채가 5조6000억원에 이른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 역시 6000억원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러한 유동성 부족분을 확인하고자 지난 2월부터 한진해운 실사에 돌입했고 실사가 종료된 1일 이후 바로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살리 위해서는 통큰 결단을 내려야한다. 지난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조 회장을 만나 이같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