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호의 바닷길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해운업계는 매년 1조원 이상의 이자손실을 내고 있고, 해운업의 위상도 세계 5위에서 6위권으로 내려 앉았다. 우리니라 해운산업의 쌍두마차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심각한 재무상태에 빠져 구조조정 1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불황 못피한 한진해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두 손을 들었다. 지난 2014년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으로부터 한진해운 경영권을 사들인지 2년여 만에 경영권을 내놓은 것. 한진그룹은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인 2013년부터 현재까지 한진해운에 유상증자, 영구채 매입 등을 통해 1조1502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흑자가 날 때까지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강한 의지 때문이었을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한진해운은 지난해 36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2년 연속 흑자를 냈다.
2013년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을 통해 총 2조5812억원의 자구책도 달성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불황의 무게는 무거웠다.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늘었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6조6402억원(부채비율 848%, 이하 2015년 사업보고서 기준 )으로 불어났다. 부채비율만 놓고 보면 현대상선(1565%)보다 낮다. 하지만 금액은 현대상선(5조6604억원)보다 많다.
특히 공모·사모사채(1조 5000억원), 선박금융(3조 2000억원), 매출채권 등 자산유동화 규모(2000억원) 등으로 빌린 돈이 많다. 사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협조가 없다면 경영 정상화가 쉽지 않다.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은 7000억원 수준이다.
한진해운의 발목은 잡은 것은 감당하기 힘든 용선료(선박 임대료)였다. 지난해 1조146억원에 이어 올해도 9288억원이란 용선료를 내야 한다. 향후 2020년까지 지불해야하는 돈도 3조원에 달한다.
한진해운은 또 올해 안에 50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유동성에도 대응해야 한다.
기업 신용은 추락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BB에서 투기 수준인 B-로 하향하고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다.
곽노경 연구원은 "한진해운은 이날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율협약(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면 "이번 자율협약 신청으로 인해 향후 한진해운의 신용 위험(리스크)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도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강등하고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현대상선, 공사채 절반이 기한이익 상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정부의 현대상선 인수 의사 타진에 대해 거절의사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상선 인수의 유력한 후보자로 꼽혔다. 범 현대가의 일원인 만큼 현대상선 살리기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현대상선을 인수한다고 해도 시너지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오히려 재무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생각이었다.
현실이 그랬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 1600% 에 달한다. 경기 불황과 좀비기업으로 낙인 찍히면서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았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적자의 늪에 갈수록 빠져들었다. 2015년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부채는 총 5조6604억원에 달한다. 이 중 단기 차입금 등을 제외한 실질적인 채무 규모는 약 4조8000억원 규모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부채비율을 400%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이 부채비율 400%여서다. 현대그룹은 지난 2월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약 8000억~1조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내놨다. 절대 팔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현대증권도 팔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사재 300억원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는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현대상선을 겨냥해 "용선료 협상이 잘 안되면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성 발언을 내놨다.
용선료협상이 제대로 안 되면 현대상선은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현대상선은 지난해에만 용선료로 1조9000억원 가량을 지급했다. 과거 호황기 때 맺은 금액으로 지금 시세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회사채 만기도 연장해야 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현대상선 회사채 만 총 3600억원이다.
현대상선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최하위 등급인 D등급까지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상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CCC'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등급인 'D'로 강등했다. D등급은 회사채 신용등급의 최하위 등급이다.
서강민 연구원은 "현대상선은 자율협약에 따라 협약채권뿐만 아니라 용선주와 사채권자의 비협약 채권까지 채무 재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대증권 매각 대금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쓰일 예정인 만큼 일부 채권자의 채무상환에 사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의 회사채 발행잔액(약 1조6000억원)의 절반인 8000억원어치 공모사채가 기한이익 상실 대상이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는 "시장 침체된 해운업을 살려내려면 과감한 정책금융 지원으로 조선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선주와 화주의 협력강화, 해운기업의 비즈니스 혁신 등이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