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국내 산업을 이끌었던 조선·해운업이 무너지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조직 통폐합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이르면 다음주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대대적인 인적 구조조정과 조직 통폐합을 진행할 전망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나온 구조조정안이라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 역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조선 '빅3' 대규모 구조조정 돌입하나
지난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8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자산매각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유가 기조가 길어지면서 또 다시 인원 감축에 나선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6일 1분기(1∼3월) 실적 발표를 하고 다음 날인 27일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등 경영진이 담화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우선 전체 직원(지난해 말 2만7409명)의 10% 이상인 3000여 명을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등으로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직도 구조조정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4분기(10∼12월)부터 9개 분기 연속 4조8766억원의 누적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도 현재 상시 희망퇴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30% 가량 인력을 감축한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19년까지 인력 3000명을 감축하기로 했고, 한진중공업도 최근 60여명의 희망퇴직자를 받았다.
이 같은 결정은 올해 들어 선박 수주량마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7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7척)보다 2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 들어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의 수주실적은 6척에 불과하고 삼성중공업은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벼랑끝 해운업 돌파구는 없나
그 동안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된 해운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조선업계와 달리 해운업은 글로벌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단순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만으로는 생존력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해운업은 지난 2000년대 중후반 중국의 물동량 증가로 큰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감소하며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5조6000억원, 한진해운도 6조6000억원에 달한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다. 자율협약을 적용하느냐 여부는 채권단의 검토를 거쳐 다음 달 초 결정될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관련 논의를 한 만큼 자율협약은 수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경영 부실의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대주주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자산매각, 대주주 감자, 과도한 수준의 용선료 인하 협상, 사채권자의 채무조정 등의 조건이다. 물론 이같은 조건이 모두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 자율협약이 결정되면 한국 해운업을 대표하는 양대 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모두 산업은행의 관리 아래 놓이게 된다.
산업은행이 두 회사의 주인이 되는 만큼 정부의 판단과 의지 여하에 따라 두 회사를 합병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실제 금융당국은 최근 한진해운에 기존 자구안보다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