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링크스 그린피크 테크놀로지 회장(오른쪽)과 김경섭 그린피크 테크놀로지 한국 지사장이 자사 RF칩으로 개발한 스마트 홈 센서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린피크 테크놀로지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와이파이를 개발한 케이스 링크스(그린피크테크놀로지 회장)가 한국을 방문해 사물인터넷(IoT)의 구축 방향을 제시했다. 링크스 회장은 미국 통신업체 AT&T에서 1990년 와이파이를 개발해 '와이파이의 창시자'로 불리고 있다.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케이스 링크스 회장은 "IoT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라며 "사람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크 테크놀로지는 IoT 애플리케이션용 저전압 RF반도체를 만드는 팹리스 회사다. 최근 미국의 RF반도체 대기업 콜보(Qorvo)에 인수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링크스 회장은 "스마트밴드를 착용한다고 사람이 건강해지거나 살이 빠지진 않는다"며 "스마트밴드로 사람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 건강정보와 운동량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은 사람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기술이 아닌 사람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IoT, 사람에게 어떤 가치 창출할 지 고민해야"
그는 본인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스마트 홈 구축에 있어서도 사람을 위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을 주장했다. 링크스 회장은 85세인 모친의 집에 자사 제품을 활용해 스마트 홈을 구축했다. 그의 어머니가 "혼자 사는 노인은 안 좋은 일이 발생했을 때 주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가 출입문 모션센서, 조명 감지 센서 등 5개 센서로 스마트 홈 모델을 구축한 결과 시스템은 모친의 생활 패턴을 파악했고,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스마트 홈 시스템이 그에게 전화로 알려줄 수 있게 됐다.
링크스 회장은 "단 5개의 센서만으로도 노인의 건강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며 "센서와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면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스마트 홈'과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특정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IoT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지원해 관련 기술이 개발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그비, 배터리 하나로 10년 사용 가능
그는 IoT 환경 구축에 있어 자사 저전력 통신기술 지그비(Zigbee)의 유용성도 강조했다. IoT로 스마트홈을 구현되려면 가정 내 네트워크망을 설치해야 한다. 기존 와이파이나 블루투스의 경우 실시간 스트리밍 전송 방식으로 인해 전력 소모가 많고 혼선도 잦다. 반면, 지그비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10ms로 짧다. 작동하지 않는 동안은 비활성화되기 때문에 각종 센서로 활용하기 적합하다.
링크스 회장은 "적은 데이터를 순간적으로 전송하기 때문에 배터리 시간이 긴 것이 장점"이라며 "와이파이 등 다른 통신망과 혼선을 일으킬 염려도 없다"고 자신했다. 아직 기술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모든 프로토콜과 기술을 지원하는 것도 지그비의 장점이다.
◆"IoT 대중화, 시간 걸리겠지만 큰 변화 가져올 것"
그는 IoT 보급을 3단계로 구분하고 현재 2단계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단계는 셋톱박스, 인터넷 게이트웨이 등의 인프라 장비를 구축하는 시기다. 2단계는 사물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독립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시기다. 3단계는 독립적이던 애플리케이션이 하나로 융합해 스마트폰으로 스마트 홈의 통합 컨트롤이 가능해지는 시기다.
지그비를 이용한 스마트 홈 보급 시기에 대해 링크스 회장은 "와이파이를 제안하는 첫 프레젠테이션이 1988년 이뤄졌지만 와이파이 대중화는 2002년에야 가능했다"며 "와이파이는 PC와 스마트폰 정도의 플랫폼만 사용하기에 매우 간단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가정에는 디지털 도어록과 온도 감지기, 스마트 조명 시설 등 무수한 플랫폼이 존재해 스마트 홈 보급에는 와이파이보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링크스 회장은 "14살 아들에게 와이파이가 보급되기 전을 상상해보라니 하지 못했다"며 "지그비를 이용한 스마트 홈 역시 그 이전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