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방보험그룹 본사/안방보험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동양생명에 이어 올해 알리안츠생명까지 국내 생명보험사 인수에 잇달아 성공한 중국 안방보험의 '자본 공습'에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안방보험이 인수한 알리안츠생명(자산 규모 기준 16조원)과 동양생명(22조원)을 합치면 안방보험은 '업계 5위(38조원)' 대형 보험사로 부상한다.
문제는 향후 안방보험 뿐만 아닌 중국 자본의 국내 보험사 인수 사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ING생명, PCA생명, KDB생명 등 다수 생보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인수 주체는 중국 자본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자본의 국내 진출 '그린라이트'
국내 보험사들은 오는 2020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보험부채에 대한 대량의 충당금이 필요하다. 매물로 나온 타 보험사의 인수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중국 보험사는 자본을 앞세워 공격적인 인수·합병의 투자 방식을 펼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보험업계보단 인수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보험사는 일단 자본을 확충한 뒤 매물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국내 업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최근 저금리 장기화 기조에 역마진 발생 위험에도 일시납 저축보험을 단번에 팔아치운 것은 자본 확충을 위한 일시방편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고금리 확정형 계약의 평균이율은 5% 정도인데 3%대의 확정형 저축보험으로도 고금리 계약을 희석시킬 수 있고, 또 추후 발생할 충당금은 안방보험의 중국 내 자본으로 충분히 수혈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보험업계도 중국 시장 개척나서지만
국내 보험사 역시 몇 년 전부터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우량 보험사 지분 인수에 나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보 등 국내 손보사들은 법인 형태로 중국에 진출,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3사의 시장 매출액은 지난 2013년 1861억원에서 2014년 2106억원으로 13% 증가했다. 지난해 3·4분기까지의 매출액은 1881억원으로 전년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이와 같은 결과는 중국 보험시장 내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중국 보험시장 영업수익(수입보험료)은 2조 위안, 350조원 규모다. 국내 손보사 3곳의 시장점유율이 0.1%도 되지 않는다. 동부화재도 충칭시 기반의 중국 안청사 지분 15%를 인수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선 인적·자본투자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과의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 보험시장은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고속성장으로 국내 보험사에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그러나 중국 시장은 텃세도 심하고 외국회사의 현지법인 설립에 제한도 많아 국내 금융사의 진출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국 금융사들은 이미 제주도 등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고 주식시장에도 거액의 자금을 유입시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 금융시장 개방국이기에 중국 자본을 차별할 만한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중국 자본의 경우 자금출처가 불투명하거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등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내 금융사나 고객의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