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도 SK텔레콤 상무, 최영석 KT 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왼쪽부터)가 29일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첫날 일정을 마치고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나서고 있다. / 김나인 기자
[메트로신문 김나인 기자] "준비했던 대로 됐다."
오후 5시 45분께 주파수 경매장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의 짧은 답변이다.
주파수 경매 첫날인 지난달 29일 오후 5시 30분, 경기도 분당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1층 로비. 온종일 경매에 집중하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임원들이 오전과 동일하게 5분 간격으로 빠져나왔다.
SK텔레콤과 KT 측 임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 없다" "힘들었다"며 경매에 대한 언급은 극도로 피했다.
지난달 29일 2016년 1일차 주파수 경매가 7라운드로 종료됐다. /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첫날 경매 결과, 매물로 나온 5개 대역 140㎒ 폭의 주파수를 놓고 1단계인 동시오름입찰이 1라운드에서 7라운드까지 진행됐다.
이날 D블록(2.6㎓ 대역 40㎒폭)에서 치열한 호가 경쟁이 벌어져 입찰가가 최저 경쟁가격인 6553억에서 9500억원으로 치솟았다. 반면 나머지 4개 블록의 최고 입찰가는 최저 경쟁가격과 같았다.
이는 사업자들이 최저 경쟁가격까지만 제출하고 그 이상의 입찰을 시도하지 않았거나 아예 입찰에 도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D블록인 2.6㎓ 대역에서 유일하게 최저 경쟁가보다 더 높은 입찰가가 제출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를 견제하려는 SK텔레콤과 KT의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필요로 하는 대역인 D블록에 가격이 오른 것은 LG유플러스에 최대한 가격부담을 지게 하려는 경쟁사들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주파수 경매서 가장 유리한 카드를 쥐고 있다. LG유플러스 측이 타 경쟁사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통신3사가 모두 노리는 C블록(2.1㎓ 대역 20㎒폭) 경매에서도 유리하다. 정부가 C블록 주파수 가격을 이번 경매 낙찰가와 연동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 모두 이 대역에서 주파수를 갖고 있는만큼 경매가가 오르면 기존에 확보한 주파수 가격 또한 올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는 D블록과 E블록을 확보해도 만족스럽다. 동일대역에서 이미 40㎒ 광대역 서비스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양 블록을 모두 확보하면 최대 100㎒폭의 초광대역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2.6㎓ 대역을 독식할 경우 기존에 마련된 기지국망에 최소한의 투자만으로도 초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견제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한편 경매 시작 전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이 C블록인 2.1㎓ 대역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 전망했지만 C블록의 입찰가는 최저경쟁가격인 3816억원에 머물렀다.
다만 C블록은 추가적인 기지국 설치 등 비용 투자 없이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역인 만큼, 앞으로 진행될 경매에서 입찰가가 뛰어오를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미래부 관계자는 "경매 대상인 5개 블록 전체에서 2라운드 이상 입찰자가 아무도 없어야 경매가 끝나고 모든 블록의 낙찰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아직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2일차 주파수 경매는 2일 오전 9시, 같은 장소에서 동시오름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매는 8라운드부터 속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