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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철강/중공업

[르포] "IMF 때보다 더 심각해요" 현대중 수주절벽에 뿌리째 흔들리는 울산

29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정문./사진=양성운 기자



[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지금 분위기요?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던 조선업이 세계 경기 불황과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1위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도 '수주 절벽'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본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는 1997년말 IMF 경제위기 때보다 더욱 침체된 분위기다. 국내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도시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29일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 상인들은 "IMF 때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29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에 위치한 상가 유리에 점포임대 표지가 붙어있다./사진=양성운 기자



◆ 현대重 감원에 지역경제 '흔들'

지난달 29일 방문한 울산 동구는 조용했다. 금요일 저녁 시간임에도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은 없었다. 창사 이래 최악의 일감 부족현상을 맞은 현대중공업이 회사 생존을 위해 임원부터 대폭 감축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구조조정과 함께 초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사장단 급여 전액 등 모든 임원이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이 인원 감축에 나서면서 이 지역 경기는 최악이었다. 지난 3월 기준 울산 동구 인구는 17만5000명 수준으로 1년 사이 3000명 이상 줄었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정문에 위치한 상가는 물론 부동산도 바닥을 찍고 있다.

이날 취재를 위해 찾은 동구 전하동에 위치한 부동산에는 원룸 건물주와 인근 부동산중개업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어두웠다. 이곳에서 수년간 부동산을 운영해온 김모(54세)씨는 "2014년까지 아파트나 원룸, 오피스텔 등 건물의 공실률은 없었다"며 "그런데 지난해 (현대중공업이)구조조정을 시작한 뒤로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전 월 50만원 수준의 원룸이 지금은 38만원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며 "아파트도 평수에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평균 3000만~4000만원 가량 가격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퇴근 시간만 되면 물건 계산을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마트의 모습도 1년 만에 사라졌다. 인근 식당도 상황은 비슷했다. 식당이 있던 자리에는 '점포 임대' 표지가 붙어 있거나 자물쇠로 문을 굳게 잠궈 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곳에서 아구찜 가게를 운영해온 박모씨(47세)는 "1년 만에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 줄은 몰랐다"며 "인근 식당과 술집 사장들이 대부분 상가를 내놨지만 경기가 워낙 안좋아 가게를 팔려해도 권리금은커녕 가게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사업부분 직원들이 몰려있는 울산 동구 방어동은 적막했다. 저유가로 글로벌 오일업체들이 해양플랜트 발주를 줄줄이 미루거나 보류했고 이미 계약했던 물량까지 파기하기에 이르렀다. 2014년말 1만6795명의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협력사 근로자는 지난 3월말 기준 1만2074명까지 줄었다.

방어동 부동산 중개업자는 "대부분 원룸이 비어 있는 상태"라며 "10개의 방이 있는 건물의 경우 7개는 사람을 찾지 못해 비어 있다. 해양플랜트 사업 위기로 더욱 힘들어 질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29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앞 상가 문이 굳게 닫혀 있다./사진=양성운 기자



◆'안전사고·품질저하' 협력사 물량떼기 문제

현대중공업은 최근 잇따른 사고로 올해 들어 4개월 동안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가 5건이나 발생했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첫 번째로 회사의 지침 불이행 ▲두 번째로 협력사 일명 '물량떼기'를 문제로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사고 이 외에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망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공장 내에서 제한 속도를 지키지 않은 트럭과 오토바이가 교차로에서 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조선소 현장이 안전하지 않지만 회사에서 정해놓은 기본적인 안전관리와 지침을 따르면 사망사고는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력사의 소위 '물량떼기'(협력사가 하청업체에게 공사 대금을 지급하고 하청 업체는 기간에 맞춰 공사를 끝내는 것. 일종의 재하청으로, 기간이 연장되더라도 추가 비용은 지급하지 않는 방식)를 문제로 지적했다. 협력사의 경우 공사 물량이 꾸준히 들어오면 회사를 운영하는데 부담이 없다. 그러나 수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비싼 몸값의 생산 직원들 월급을 지급하기 힘들어 하청 업체에게 공사를 맡긴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다.

하지만 문제는 하청업체에서 물량떼기에 투입되는 인원은 대부분 2~3개월 단기로 일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한 직원들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여기에 중공업의 경우 날씨에 민감하다. 그러나 물량떼기는 정해진 기간에 공사를 마무리해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시간이 곧 돈이다.

A씨는 "최근 조선업 수주 물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협력사들이 2, 3차 하청업체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공사를 넘기는 방식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안전 사고는 물론 품질저하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29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오른편에 있는 출입문을 통해 퇴근하는 직원들의 모습./사진=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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