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회적책임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가 체면을 구기고 있다. 펀드 규모도 4년째 쪼그라 들었다. 대형주 침체에 따른 수익률 부진이 투자자 이탈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SRI펀드는 재무적 수익 외에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기업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장기존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함께 고려한다. 이들 펀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수익 달성은 물론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한다.
펀드 이름에도 '좋은세상 만들기' '아름다운' 등을 붙여 사회책임 투자를 강조한다.
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19개 SRI펀드 설정액은 4390억원으로 연초 이후 190억원이 줄었다.
지난 2012년 6월 기준 1조9873억원이었던 SRI펀드 설정액은 이후 해마다 5000억원씩 빠져나가면서 4년 만에 규모가 약 5분의 1 규모로 축소됐다.
'착한' 펀드로 주목받기도 한 SRI펀드는 2007년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관련 펀드가 출시된 후 3년 만에 2조원 규모로 성장했었다.
국내 SRI펀드가 금세 시들해진 이유는 코스피 대형주에 투자하는 액티브 주식펀드와 큰 차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국내 SRI 펀드 운용현황'이란 보고서를 통해 "시가총액이 높은 회사일수록 친환경 경영과 우수한 기업지배구조를 갖췄을 가능성이 높아 대형주 위주의 투자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그러나 국내 SRI펀드에 투자의 원칙에서 기본적으로 배제해야 할만한 종목(담배나 정유사, 무노조 경영이 원칙인 회사)까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결국 펀드 이름에 SRI란 단어를 넣었을 뿐 기존 펀드와 편입종목, 수익률면에서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인식이 SRI펀드 운용액감소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액티브주식일반펀드의 최근 3년·5년 수익률은 -0.42%, -15.57%인데 반해 같은기간 SRI펀드는 수익률이 1.11%, -25.88%를 기록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최근 단기 수익률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최근 3개월 수익률은 1.68% 가량이다.
유안타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사회책임투자펀드의 규모가 줄어든 것은 2011년 이후 다른 주식유형 대비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기 때문이다"면서 "최근 3년간 주식액티브유형의 수익률을 넘어선 펀드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SRI펀드 활성화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유럽 SRI펀드 규모는 2005년 1474조원에서 2012년 8978조원까지 늘었다. 미국도 같은 기간 2370조원에서 3875조원으로 늘었다.
김 연구원은 "연기금의 공공성이 강조되면서, 연기금과 공제회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은 점점 늘어 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책임투자에 특화된 지수가 시장에 안착된다면, 사회책임투자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