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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역사, 국내 시멘트업계는 일대 격변기중

[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6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시멘트 업계가 일대 격변기를 맞고 있다.

7개사가 국내 시멘트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3곳의 주인이 바뀐게 대표적이다. 특히 이 중 2곳은 사모펀드(PEF)가 손을 뻗치면서 '산업의 쌀'과 같은 시멘트시장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나머지 2곳도 재무상태가 취약해지며 주채권은행의 관리에 들어간지 오래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와 라파즈한라를 각각 사들인 PEF가 지난달 잔금을 모두 납입함에 따라 인수전이 최종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업계 1위인 쌍용양회는 한앤컴퍼니로, 라파즈한라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의 품에 각각 안겼다.

한앤컴퍼니의 한앤코10호 유한회사 등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던 쌍용양회 주식 46.8%를 매입하면서 당초 1대 주주였던 일본 태평양시멘트(27.49%)는 2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태평양시멘트가 경영권을 빼앗긴 이상 쌍용양회 주식을 더 이상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또다른 관측이다.

범 현대가인 한라그룹 계열이었던 한라시멘트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세계 시멘트업계 2위인 프랑스 라파즈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라파즈한라시멘트'로 바꿨다. 그러다 이번에 토종·홍콩계 합작인 글랜우드PE·베어링PEA가 사들이면서 다시 이름을 한라시멘트로 변경했다.

명목상으로는 쌍용양회, 한라시멘트 모두 토종 사모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긴 했지만 시멘트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PEF가 사들인 이상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있으면 이들 회사는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다고 PEF가 갖고 있는 동안 시멘트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란 기대도 크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쌍용양회 인수를 위한 잔금을 모두 치룬 후 인력 구조조정 등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인수 직후 1143억원을 들여 동해공장에 폐열발전설비 설치 계획을 발표한 것도 원가를 줄여 결국 기업가치를 높여보겠다는 포석이다.

동양그룹 사태로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후 지난해 초 회생절차를 끝낸 동양시멘트도 같은해 9월 삼표그룹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현대기아차그룹, 포스코, LS니꼬동제련과 각각 사돈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익히 알려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이번 동양시멘트 인수로 레미콘 '빅3'에 이어 시멘트에서도 '빅3' 진출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 삼표는 골재, 콘크리트, 철스크랩, 환경자원, 철도, 슬래그 등의 사업에도 발을 디딘지 오래다.

삼표의 시멘트시장 진출로 관련 업계는 적잖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동양시멘트가 매물로 나왔을 때 한일시멘트, 유진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든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충북 단양에 공장을 갖고 있는 한일은 강원 삼척에 공장이 있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물류비 절감 등을 통한 추가 성장을, 레미콘 빅3중 하나인 유진도 시멘트 회사를 사들여 시너지 효과를 각각 노렸던 것이다.

1년새 주인이 바뀐 이들 회사 외에 현대시멘트도 머지 않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시멘트는 현대건설 시멘트사업부로 출발해 성우그룹의 모태가 됐다. 그러다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이 추진하던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 프로젝트 등에 대한 채무보증을 잘못 섰다 돈이 묶이며 자본잠식에 들어갔고 결국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이 됐다. 채권단 손에 들어간 현대시멘트는 지난달 대주주가 하나은행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탄 마련이 절실한 산업은행이 현대시멘트 지분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할 이유도 많지 않다. 일부에선 또다른 PEF가 현대시멘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영준 회장(11.86%), 김태현 사장(10.81%)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성신양회도 최근 건설시장 훈풍을 타고 실적이 양호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신용관리를 하고 있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시멘트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시멘트는 건설시장에선 '쌀'과 같은 존재다. 성숙한 시멘트 제조 기술, 장기적인 시장 침체, 신성장동력 부재 등으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에 따라 시장 재편 등 돌파구도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통일시대를 대비하고 시멘트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사모펀드보다는)오랫동안 관련 경험을 축적한 회사끼리의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같은 혼란기를 틈타 자칫 중국 등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시멘트 시장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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