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은 '입원수술정기보험' 상품 개발과정에서 실손보험과 달리 약정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정액보험에 대한 고객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보험사의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했다./한화생명
푸르덴셜생명의 '무배당평생소득변액연금보험'은 업계 최초로 가입 나이별 지급률을 적용, 소비자가 가입시점부터 연금 수령액을 확정적으로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생보협회로부터 독창성이 인정됐다./푸르덴셜생명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들어 자사 신(新)상품에 대한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적극적이다. 배타적사용권은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사에게 일정기간 다른 보험사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독점 판매권한이다. 각 사는 이를 통해 자체 개발한 보험상품의 차별화를 이루고, 고객 수요에 부응하는 신상품을 최대 1년 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10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보협회로부터 배타적사용권을 승인받은 생보사는 한화생명(입원수술보장특약), 푸르덴셜생명(무배당평생소득변액연금보험) 등이다. 삼성생명은 신수술보장특약과 빅보너스변액연금보험 등 두 개 상품에 대한 배타적사용권을 신청, 심의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상품의 독창성·진보성 평가 요소
한화생명이 최근 생명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승인권을 부여받은 상품은 지난달부터 판매중인 '한화생명 100세건강 입원수술정기보험'에 탑재된 입원수술보장특약이다. 한화생명은 상품 개발과정에서 실손보험과 달리 약정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정액보험에 대한 고객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보험사의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신상품의 독창성과 진보성을 인정받아 오는 11월 1일까지 6개월 간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며 "특히 6개월 배타적사용권은 지난 2007년 11월 삼성생명이 획득한 후 9년여 만에 처음으로 대외적으로 독창적인 상품개발능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푸르덴셜생명도 최근 '무배당평생소득변액연금보험'에 대한 3개월 간(오는 8월 1일까지)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이는 업계 최초로 가입 나이별 지급률을 적용, 소비자가 가입시점부터 연금 수령액을 확정적으로 알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독창성이 인정됐다.
커티스장 푸르덴셜생명 사장은 "'무배당평생소득변액연금보험'은 미국 본사의 은퇴솔루션을 벤치마킹하고 국내 소비자와 시장분석을 바탕으로 상품 개발까지 무려 2년 이상이나 소요된 상품"이라며 "고객들이 보다 안정적인 노후설계를 해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내 보험산업에서 살아 남기 위해 상품 차별화를 통해 승부수를 띄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한 실효성 높여 신상품 개발 유인"
생보사들의 이와 같은 배타적사용권 획득 경쟁은 올해 금융당국의 보험상품 규제 완화에 의해 촉발됐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보험사의 상품과 가격규제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발표하면서 보험사들이 지난 4월 들어 각 사 특색에 맞는 보험상품을 연일 쏟아냈다. 생명보험협회도 이에 맞춰 지난 2월 창의적이고 독창성있는 상품 개발이 가능하도록 '생명보험 신상품 개발이익 보호에 관한 협정'을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생명보험 신상품의 배타적사용권을 강화하고 개발사의 상품개발 이익을 보호, 상품복제에 따른 무임승차 가능성을 차단할 것을 표명했다.
이수창 생보협회 회장은 당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생명보험 신상품 개발이익 보호 강화 등으로 생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보험산업 신뢰 회복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배타적사용권에 대한 새로운 심의 규정이 실시되고 있다. 배타적사용권 부여기간이 최대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되고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부결 방식도 변경됐다. 협회로선 배타적사용권의 실효성을 높여 신규 보험상품 개발을 유인하고, 보험사로선 자사의 특색있는 상품 개발 능력을 인정받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즘 국내 생보사 상품개발팀 간 눈치 경쟁이 치열하다"며 "타사가 배타적사용권을 취득함에 있어 상당히 민감해 한다"고 귀뜸했다. 이어 그는 "보험산업 규제완화가 이뤄지고 배타적사용권의 공신력이 강화되면서 해당 권한을 획득하려는 각 사의 상품개발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