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새로 임명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신인석, 이일형, 조동철, 고승범 신임 금통위원. /한국은행
1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 정부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기준금리 인하 여부는 물론 정부의 성공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한은의 공조 방향 등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정부의 현금 출자 요구에 대해 대출 방식의 펀드를 제안하고 나서면서 이날 회의 직후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생각을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주열 "금리 인하, 신중히 결정할 것"
이번 금통위는 지난달 21일 새로 임명된 4명의 신임 금통위원(고승범, 신인석, 이일형, 조동철)들이 참석하는 첫 회의다. 이번 회의를 통해 신임 금통위원들의 통화정책 성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신임 금통위원들이 국책 연구기관이나 금융당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경제성장(기준금리 인하)을 중시하는 '비둘기파'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다"며 "다만 최근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 등이 공개석상에서 6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케 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다음달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한은이 FOMC 회의 이후로 금리 인하를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통화정책 수정은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를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주열 총재도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리정책은 정책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는 타이밍에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조조정이 성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것만 놓고 금리를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뿐만 아니라 경기부양도 필요하다"며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맞추기 위해선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은이 계속해서 정부의 요구에 엇박자를 낸다면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구조조정, 한은·정부 대립각…해법 찾기 난항
한은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 재원 조달 방안을 놓고 정부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국책은행의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마련해 줄 것을 압박하고 있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당의 정부 정책 반대가 예상되면서 정부는 국회 동의 과정이 필요없는 한은의 출자를 요구하고 있다. 금통위원 7명 가운데 4명의 동의만 얻으면 된다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이 적은 정책이다.
다만 한은은 '중앙은행 손실 최소화' 원칙을 내세우며 출자 방식의 기업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있다. 조선·해운업 시장이 악화되어 국책은행 부실이 커지면 한은이 출자한 지분 가치도 떨어져 한은이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한은이 손실을 보면 매년 한은이 국고에 귀속하는 수익금이 줄고 그만큼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게 된다. 대신 한은은 자본확충펀드를 내세운다. 지난 2009년 한 차례 시행한 바 있는 제도다. 당시 한은은 산업은행을 통해 자본확충펀드에 3조2996억원을 지원, 펀드는 은행의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확충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가 주장하는 자본확충펀드를 통하면 한은으로선 (기업 구조조정 후)원금 회수는 물론 이자 수익도 거둘 수 있다"며 "특히 이번 구조조정이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부도 가능성도 낮아 한은으로선 최선의 방책"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중앙은행 수장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번주 내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협의체의 주요 인물인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총재가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선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와 한은 모두 현재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를 통해 현금 출자나 자본확충펀드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계속해서 논의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