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주도(酒) 이지민의 우리술 이야기
감사의 뜻을 전하기 좋은 귀한 술 '송화백일주'
5월은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기념일이 유달리 많은 달이다.
평소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 안성맞춤인 술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각각의 카테고리마다 선물하기 좋은 우리술이 많지만, 만약 딱 한 술만 골라달라고 한다면 자신 있게 '송화백일주'를 권하고 싶다.
송화백일주는 천년 고찰 수왕사의 법주다. 수왕사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모악산에 위치해 있다. 수왕사의 한자 표기는 '水王寺'. 이름 그대로 '물의 왕' 이라는 뜻이다. '수왕사약지'의 기록에 따르면 이 약수는 그 옛날 선녀가 마시던 물이란다. 이 좋은 물로 술을 빚었으니 술 맛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불가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가 있다. 살생, 간음, 도적질, 거짓말 그리고 술. 그런데 스님들이 술을 마셨다니? 기록에 따르면 스님들이 소나무 꽃을 이용, 곡차를 빚어 즐겨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술은 절에서 금기이지만 곡차는 수도승들에게 꼭 필요한 기(氣)음식이었다. 모악산 800m 고지의 절벽 아래 위치한 수왕사에서 경선을 했던 스님들은 쉽게 질병에 노출됐고, 이를 에방하기 위해 송홧가루, 솔잎, 산수유, 오미자, 구기자 등 좋은 재료를 넣어 술을 빚었다. 경지에 이른 선사들에게 곡차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진정한 차였고, 그 술이 바로 지금의 송화백일주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명승이자 작은 석가로 불린 진묵대사가 직접 빚었으며 수왕사 주지 스님에게만 비법을 전승했다. 현재는 대한민국 전통식품 제1호 조영귀 명인(벽암 스님)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맛은 어떨까? 송홧가루를 사용하여 투명한 황금빛이 나며, 소나무 순액이 침출되어 소나무의 풍성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알코올 도수는 38도. 섭씨 4도씨 이하로 차게해서 마시면 청량감 있게 즐기기 좋고, 언더락으로 마시면 부드럽게 마시기 좋다. 향과 풍미를 진하게 느끼려는 분들은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된다. 따뜻하게 마시는 방법도 있다. 송화백일주 30ml, 뜨거운 물 90ml, 녹차 티백과 꿀, 레몬 한 조각만 있으면 된다. 뜨거운 물에 녹차를 우린 뒤 송화백일주와 꿀 한 티스푼을 넣고 레몬을 띄우면 끝. 간편하게 칵테일로 즐길 수 있다.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떡갈비, 갈비찜과 같은 양념한 고기 요리를 추천한다. 송화백일주에 송홧가루의 단맛이 은근히 베어있어 고기의 양념과 만나 감칠맛을 만들어 낸다. 스님들이 먹던 술이라 사찰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데 버섯구이나 나물과 함께하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