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넛크랙커 직면…선도형 R&D시스템으로 혁신
박근혜 대통령, 국가기술전략회의 주재…국가전략프로젝트 추진 '혁신안'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12일 기존 선진국 추격형 연구·개발(R&D) 전략은 낡은 방식이라며 국가 R&D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과학기술전략회의를 통해 새로운 R&D 정책의 방향으로 선진 기술에 대한 기존 '추격형' 모델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인식 아래 선도형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데 방점을 찍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선진국, 개도국과의 경쟁에서 모두 밀리는 상황을 지적하며 국가전략프로젝트 추진을 시작으로 혁신의 물꼬를 트겠다고 강조했다.
◆상향식 접근 통해 '창의·자율' 극대화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가과학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과거 선진국에는 기술경쟁에서 뒤지고 개도국에는 가격경쟁에서 밀려왔는데 요즘은 일본의 엔저 공세와 중국의 기술발전으로 신(新)넛크랙커라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경제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끼어 호두까기 기계 속의 호두 같은 처지가 됐다는 의미로 이를 호두껍질을 까는 기계 넛크랙커(Nutcracker)에 비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전략 분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으로 '상향식'식 접근을 함으로써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특히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소수 중·장기 혁신 과제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를 위한 '국가전략 프로젝트'(가칭)의 경우 민간 중심의 '하향식 방식'으로 기획해 추진한다. 내년도 우선 추진할 프로젝트는 각 부처 추천 및 세부 기획을 거쳐 차기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심의·확정 후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어려움에 직면에 상황을 극복해낼 해답은 결국 과학기술에 있다면서 "과학기술 혁신정책을 범국가적으로 선도해 나갈 국가전략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내년도 우선 추진할 프로젝트는 각 부처 추천 및 세부 기획을 거쳐 차기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심의·확정 후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기존 정부 R&D 모든 사업 원점서 재검토
정부는 기존 정부R&D 투자의 전략성 강화 차원에서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재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혁신방안으로, 대학의 경우 기초 연구 사업에 대해 논문과 특허 수 등 양적 성과 목표를 전면 삭제하고 질 중심으로 정성 평가할 계획이다. 한우물파기 연구를 위해 정권 및 정부 정책의 변화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인건비에 대한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한다.
풀뿌리 연구를 위한 예산도 올해 1조1000억원에서 오는 2018년 1조5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신진연구자에겐 '생애 첫 연구비'를 지원한다. 생애 첫 연구비는 최대 5년 동안 직접비 위주로 연 3000만원 내외로 지원하며 우수연구자는 초기 실험실 구축비용을 1억원 이내로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출연연구소는 10년 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원천 연구,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연구에 매진하도록 하고 기업엔 특성에 맞는 상용화 R&D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연구원에 대한 평가·보상 방식도 기존의 과제 수주 건수에서 연구성과로 변경하고, 기관에 대한 평가는 미흡 판정을 받을 경우 출연금 삭감률을 확대하는 등 평가에 따른 책임성을 강화키로 했다.
기업에는 '중견기업 전용 후불형' R&D 지원을 확대한다. 이는 기업이 자체 자금으로 R&D를 선수행하고, 성과 우수기업에 R&D 자금을 사후 공급하는 방식이다. 또 대기업들의 R&D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대기업이 필요한 연구주제 및 자체 투입 연구비, 중기·대학·출연연 등으로 이뤄진 컨소시엄 구성을 먼저 제안하고 정부가 컨소시엄에 연구비를 매칭 지원하는 '역매칭 지원방식'도 도입키로 했다.
조신 미래전략수석은 "정부 R&D 혁신 방안에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며 "박 대통령은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가능한 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 현장이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라고 경제수석과 제게 여러 차례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과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등 민간 관계자를 포함해 4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