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나인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영국 이동통신업체들 간의 합병을 거부하면서 국내에서 진행 중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정부의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통신 업계가 해외 사례로 또다시 격론을 벌이고 있는 것.
12일 이통통신 업계는 영국과 미국의 결합 승인 사례를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지난 11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는 홍콩 기업 CK 허치슨이 신청한 영국 이동통신업체 O2와 자회사 쓰리(Three)의 합병 승인안을 거부했다.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각각 영국 내 2위, 4위의 이통사로 양사 합병이 승인된다면 시장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영국내 1위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KT는 이를 두고 동종사업 간 결합을 불허한 해외 사례처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도 불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독과점을 강화하고 소비자요금 인상이 우려되는 SKT-CJ헬로비전의 경쟁제한적 M&A는 불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T 측은 세계 각국 규제기관의 M&A 최우선 판단 기준은 경쟁제한성이라고 주장했다. SKT-CJ헬로비전 M&A가 경쟁제한성 측면에서 영국 사례와 일맥상통한다는 주장이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신중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방송-통신 이종 간 불허 사례는 없기 때문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질 않을 것이라고 풀이한다.
O2와 쓰리의 M&A 불허는 같은 이동통신 사업자이며 사업영역이 동일한 분야가 결합된 사례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지만 CJ헬로비전 피인수 건은 통신 대 방송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에서 동종업종인 방송사 간 M&A가 최종 승인된 사례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통신원회(FCC)가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의 M&A를 조건부로 최종 승인했다. 이를 통해 차터는 2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2720만명을 보유한 1위 업체 컴캐스트에 이어 강력한 2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됐다.
톰 휠러 FCC 의장은 성명을 통해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 M&A 이후 초고속인터넷 업체들 간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다. 이는 사용자에게 혁신과 새로운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다"며 승인 권고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KT 측에서는 이 또한 미국 사례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와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FCC 승인은 양사 사업권역이 달라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고, 결국 유럽과 미국 규제기관의 판단기준은 경쟁제한성이라는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실상 동종 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차터와 타임워너케이블 인수합병 승인 결정은 미국 규제당국도 시장 내 강력한 2위 사업자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바라본다.
SK텔레콤도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동종업계 간 M&A일 뿐, 방송 대 통신 간 결합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더라도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 사업자는 KT이며, SK텔레콤-CJ헬로비전은 2위 사업자에 불과하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은 2위 사업자 등장으로 KT가 독주하던 기존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발표는 160일을 넘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