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프리카TV BJ가 운전하는 골프 차량이 앞서 가는 아우디 승용차 뒤에 바싹 붙어 쫓아가고 있다. 이 영상은 실시간으로 아프리카TV에 방송됐다. /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메트로신문 김나인 기자] '길거리 헌팅에서부터 신체부위 노출, 몰카방송까지.'
일상에 스며든 인터넷 개인방송이 시청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경쟁적으로 내보내며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한 인터넷방송 BJ가 한 밤중에 강변북로에서 앞서 가던 아우디 승용차를 자신의 골프 승용차로 바짝 쫓아간다. '칼치기(급격한 진로변경)'와 지그재그 운전으로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한다. 그 뒤를 따라가는 차량이 이를 촬영한다. 아우디 승용차 운전자가 나들목으로 빠져나가 레이싱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자칫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던 이 장면은 그대로 전파를 탔다.
지난해에는 유명 인터넷방송 BJ들이 길거리 여성들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해 실시간으로 인터넷 방송에 내보내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명 '헌팅 방송'을 진행하는 이 BJ들은 "인터넷 방송 인터뷰에 응해달라"며 피해 여성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인터넷방송 실태점검에 나서면서 그간 범죄가 생방송될 정도로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인터넷방송이 자율규제 이후 자정됐는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부터 17일까지 1인 인터넷방송 주요 사업자에 대한 실태점검에 들어간다. 이번 실태점검은 방통위가 지난 3월 말 미래창조과학부, 경찰청, 인터넷방송사업자 등과 협의회를 갖고 마련한 자율규제안에 대한 이행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다.
방통위가 인터넷방송 자율규제 강화에 나선 배경은 최근 인터넷방송을 통해 선정적, 자극적 내용들이 여과 없이 노출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적절한 방송으로 시정조치를 받은 인터넷 개인방송 동영상 수는 총 73건이다. 유형별로 도박 44건, 성매매나 음란 관련 정보 12건, 기타 욕설이나 장애인 비하 17건이다. 사업자별로 아프리카TV가 70건, 팝콘과 기타 사업자가 뒤를 이었다.
특히 인터넷 방송에서 시청자가 BJ에게 주는 환전 가능한 선물인 '별풍선'을 받기 위한 '선정성 경쟁'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별풍선으로 하루 1000만원 이상까지 수입을 올리는 BJ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내보내기 위한 경쟁이 과열됐다. 개당 110원인 별풍선을 받으면 업체가 30~50원을 가져가고, BJ는 60~80원을 챙길 수 있다.
지난 2013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기 BJ들은 연간 평균 2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태 점검 결과에 따라 자율규제 대신 정부가 직접 제재하는 방안으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방송은 자체 모니터링 요원을 두거나 문제가 있는 방송에 대해서는 경고나 일정기간 방송을 금지시키는 제재를 가하는 등 사업자 자율규제로 처리해왔다. 그러나 인터넷방송의 경우 한 플랫폼에도 수천개의 방이 만들어지고 실시간 방송 위주로 이뤄져 단속의 어려움이 있었다. 인기 BJ는 문제를 일으켜도 사업자들이 눈감아주거나 '솜방망이' 제재만 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실태점검을 통해 개인 인터넷방송 사업자가 시행 중인 운영 정책과 약관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인터넷방송 자율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실태점검에 맞춰 그간 자율규제를 잘 실행해 왔다는 입장이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13일 아프리카TV 실태점검을 나온다"며 "그간 자율규제에 대해 준비해오고 실행해 온 것을 말씀드리겠다. 최대한 사업자 자율규제가 유지되도록 자정적인 측면에서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TV에서는 불법적인 홍보를 하는 BJ에 대해 영구정지로 제재하고 BJ에게 가이드라인 별도공지를 하고 있다. 또한 14세 미만 어린이들의 경우 방송을 진행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판도라TV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중점적으로 규제하는 사항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판도라TV는 방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에 걸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