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숨 좀 쉬고 살겠다. 하루빨리 정상화 됐으면 한다."
"떠는 동료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지금도 생각난다. '한화'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모두가 힘을 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임직원들을 만나면 심심찮게 듣는 얘기이다. 여승주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서 내부 분위기도 확연하게 밝아졌다고 전한다.
그도 그럴 만하다.
여 사장은 123억원 적자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체 몸도 풀기전에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가장 먼저 한 일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었다. 옛 동료들도 모두 불러 들여 주전 포수와 내야진을 채웠다. 변동환 상무와 최덕호 상무 등 5명을 새로 선임한 것.
변 상무 등은 작년 9월 서비스선택제 도입에 반발해 집단 항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대기 발령된 데 이어 작년 12월 계약이 해지됐다. 당시 업계 안팎에선 임기를 불과 3개월가량 앞둔 주 대표가 공교롭게도 자신에 반기를 든 임원만 골라서 계약을 해지하자 '보복성 인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여 대표는 계약이 해지된 임원들을 모두 회사로 다시 불러들이고 보직을 맡겼다.
리테일 본부 명칭을 자산관리(WM)본부로 바꾸고 지역사업부를 10개 권역으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주 전 사장이 '서비스 선택제'도입 효과를 높이겠다며 이원화한 컨설팅·다이렉트 조직을 도로 WM지원실로 통합해 버렸다. 서비스 선택제는 고객 주식 위탁 계좌를 상담(컨설팅) 계좌와 비상담(다이렉트) 계좌로 나누는 것으로, 주 전 사장이 지난해 10월 임직원 반대를 물리치고 도입했던 제도이다.
리서치 기능도 다시 살렸다.
직원들이 가장 반기는 부문은 '소통'이다.
전 대표의 '일방통행식'개혁에 질린 직원들은 여 대표의 소통 경영에 손벽을 친다.
여 대표는 지난 2월 29일 선임된 뒤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열린 귀를 가지고 직원 여러분의 의견을 자세히 많이 듣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덧셈 경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제주지점을 포함한 전국 50개 지점을 차례로 방문하며 직원 개개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스킨십을 강화했다.
이제 여 대표가 보여줘야 할 것은 영업 성적표이다.
시장 상황마저 좋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금융평가1실장은 "최근 증권사의 수익성 개선에는 거래량 증가 외에 파생결합증권과 우발채무 급증 관련 이익이 적잖았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투자심리 악화로 주식 거래량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파생결합증권 및 우발채무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지속해서 수익이 날지는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한화투자증권 비슷한 처지이다.
201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영업수익에서 파생상품평가 및 거래이익(1조 1813억원)이 64%에 달한다. 이어 이자수익 2446억원(13%), 유가증권 평가 및 처분이익 2156억원(12%), 수수료수익 1477억원(8%) 등이다.
이 실장은 "그동안 한화투자증권은 구조조정 및 보수적인 영업정책에 따라 위탁매매, 자산관리, IB등 각 부문에서 회사의 전반적인 경쟁지위가 추락했다"면서 "또 지난해 하반기 후순위채(400억 원)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했지만, 실적 저하에 따른 자기자본 감소 영향으로 자본적정성 지표의 하락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총자산순이익률(ROA)이 0.3%를 밑돌고,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순영업수익 점유율이 2.0%를 밑돌 경우 등 등급 하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여 대표의 행보에 증권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