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품목들이 세계 트렌드와 거꾸로 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0대 주력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늘었지만 관련 산업의 세계교역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리튬이온전지, 전기차, 탄소섬유 등 유망 신산업을 육성해 무역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엽합회가 15일 유엔(UN)의 세관통계 데이터베이스인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를 이용해 125개국의 교역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2014년 수출액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자동차, 자동차부품, 조선, 일반기계, 철강, 석유화학, 정유, 휴대폰, 디스플레이, 반도체가 10대 주력 품목이었다. 이들 품목은 2004년 당시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61.5%였다. 그러다 10년 후인 지난 2014년에는 73.6%로 무려 12.1%포인트(p)나 증가했다. 10대 산업의 수출 의존도가 더욱 뚜렷해진 셈이다.
문제는 글로벌 트렌드다. 같은 기간 이들 10대 품목의 세계 교역 비중은 36.9%에서 36.8%로 오히려 0.1%p 줄었다.
세계 시장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우리의 생산역량에만 집중한 결과다.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이 축소되면 우리나라만 홀로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경련은 향후 성장성이 높은 유망 신산업으로 전기자동차, 탄소섬유, 리튬이온전지, 태양열 집열기, 인체용 백신, 화장품, 조제식품을 꼽았다.
2014년 기준으로 전세계 교역규모가 10억 달러 이상인 품목 중에서 연평균 교역증가율(2012년 대비 2014년)이 8% 이상으로 높은 것들을 선정했다.
전기차의 경우 2014년 한 해 세계교역규모는 55억 달러였다. 직전 2년간 무려 86.6%나 성장했다. 반면 전기차에 대한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는 9위, 점유율은 2.4%로 매우 낮은 편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자동차 강국들은 전기차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여전히 휘발유, 경유 등 화석연료차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교역규모가 281억 달러이면서 2년간 총 4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인 인체용백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0.7%로 미약하다. 점유율 순위도 13위다.
글로벌 점유율이 16%이면서 세계 2위인 리튬이온전지를 제외하면 신산업으로 지목된 6대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본부장은 "1980년대 삼성의 반도체사업, 1990년대 LG의 배터리사업 투자로 해당 품목이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한 것처럼 신산업 선점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기업가정신이 요구된다"며 "정부는 기업이 새 품목을 개발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과감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