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나간 나날은 아쉬움을 동반하며 때로는 시원섭섭 털어냄도 담는다. 추억이 된 셈이다.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 그 때는 반복되지 않기에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법이다.
반면, 반복되는 과거도 있다. 유쾌하지 않은 과거의 반복은 관행을 빙자한 구태(舊態)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그 민낯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19대 국회 회기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20대 국회 개원 역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곳곳에서 지각 개원의 조짐이 포착된다.
정치권의 지각 개원은 반복돼온 과거다. 13~19대 국회는 원 구성을 마치는데 평균 51.2일이 소요됐다. 28년 동안 한결같이 지각 개원을 한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실시 시기를 놓고 여야가 대립했던 14대 국회는 원 구성에 125일이, '쇠고기 파동'이 정국을 휩쓸었던 18대 국회는 88일이 걸렸다.
국회법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임기 개시일은 5월 30일이다. 하지만 이 날짜가 국회의 실질적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는 임기 개시 후 7일째 되는 날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다시 3일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뽑아야 한다. 공휴일을 감안하면 9~14일 정도가 국회 원구성에 부여된 법적 기일이다. 이를 적용하면 20대 국회 원구성 데드라인은 6월 9일인 셈이다.
하지만 여야3당은 데드라인을 6월 14일로 늘려 잡았다. 상임위 분할·통합 변경은 규칙 개정, 청와대 국무회의 공포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국회법을 근거로 기간을 5일 더 늘려 잡은 것이다. 이 기간 내 원 구성을 완료한다면 법은 지켰으니 지각 개원은 아니다. 하지만 상임위 분할이 정치권의 '밥그릇 늘리기'로 비춰지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 법 감정상 개운치 않은 시작이다.
산뜻한 출발은 아니지만 3당은 일단 국회법이 정한 법정 기일을 지키기로 약속했다. 이번을 계기로 7차례의 지각 개원도 추억의 뒤안길에 양보할 때다. 유쾌하지 않은 과거를 유지하는 것은 구태일 뿐이다. 20대 국회가 지각 개원을 면하고 과거와의 이별을 택할 수 있을까. 그 결과에 우리나라 4년의 미래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