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새누리당이 20대 국회 개원을 코앞에 두고 갈길을 잃었다.
계파 갈등으로 4·13 총선에서 완패한 새누리당이 이번엔 같은 이유로 혁신에 제동이 걸렸다. 계파갈등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꼴이다.
'정진석 비대위'와 '김용태 혁신위'가 시작부터 계파갈등으로 좌초하자 당 안팎에서는 분당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초 17일 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임명과 비대위원 승인, 혁신위 독립성 보장을 위한 당헌개정안 처리를 위해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의 보이콧으로 인한 의결 정족수 미달로 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4·13 총선 참패 후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비대위 체제 전환을 통해 당의 쇄신과 재건을 도모하려 했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은 전국위 회의장에서 "이런(산회) 보고를 드릴 수밖에 없어 저도 한스럽다"면서 "성원이 되지 않아 회의를 이루지 못하는 이 참담한 오늘의 현실을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친박(친박근혜)계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임명한 비대위원과 김용태 혁신위원장 내정자가 강성 비박계 일색이라며 강하게 반발, 인선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부 친박 강경파는 이번 인선 결과를 놓고 "정진석 쿠데타"라는 격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선동, 김태흠, 박대출 등 초·재선 당선인 20명은 전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인선은 급조됐고, 절차적 하자를 안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우물 안 개구리식 인선으로는 우물 안 개구리식 혁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이들 위원회 인선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이 같은 기류에 따라 전국위 위원 800여명 중 일부는 이날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참석에도 부정적 기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의 보이콧으로 비대위와 혁신위 출범이 무산되자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김용태 의원은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말하며 사퇴를 표명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당원과 국민의 마지막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면서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세 번이나 국회의원이 되는 은혜를 주신 국민과 당원께 죽을 죄를 지었음을 고한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도 상임전국위 회의장을 나오며 "이건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다.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 식으론 안할 것"이라며 "정당 역사상 이렇게 명분없이 말도 안되는 행태를 부리는 것은 처음이다. 기억에 없다"며 친박계를 강력 비판했다.
비대위와 혁신위 체제가 계파 갈등으로 내홍을 겪으면서 새누리당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계파 색이 옅음에도 친박의 지지로 원내대표가 된 정진석 원내대표의 입지가 20대 국회 출범도 전에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당의 지도부가 상실되고 비대위·혁신위 구성에 잡음이 일면서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질 전망이다. 혁신위가 출발도 전에 좌초함에 따라 총선 패배의 책임 여부를 놓고 당내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