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이변은 없었다. '식물국회' 오명을 받은 19대 국회가 결국 '협치'를 실현하지 못한 채 회기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4·13 총선 이후 여야는 최대한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원내지도부 선출과 20대 국회 원구성, 최근에는 당 내홍까지 겹치면서 협상동력을 상실했다.
국회를 마비시켰던 쟁점 법안들의 폐기가 유력한 가운데 이들 때문에 정작 필요한 민생·경제 법안은 논의조차 못한채 휴지조각 신세가 됐다.
◆19대 마무리…1만여건 휴지조각 신세
19대 국회가 사상 최대 규모인 1만여 건의 미처리 법안을 남겨둔 채 19일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회기를 마무리한다. 이날 본회의는 25분 늦은 지각개의로 시작했다. 의원의 참여율도 현저히 떨어졌다. 오전에는 재적의원 292명 중 235명이 참석했다가 오후에는 120여명으로 줄었다. 정원 300명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개정안(일명 신해철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무쟁점 법안 129건을 비롯해 총 135건의 안건이 처리됐다.
매년 8월에도 임시국회를 열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 국회법은 '매 짝수월(8·10·12월은 제외) 1일(그 날이 공휴일인 때에는 그 다음날)에 임시회를 집회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8월도 임시회를 집회하도록 한 것이다.
이날 마지막 본회의를 가까스로 통과한 법안들은 여야 간 쟁점이 해소된 무쟁점 법안이다. 쟁점 법안들은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총 1만7822건.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포함하더라도 처리 법안은 8013건(44.9%)에 불과하다. 미처리된 법안은 무려 9809건으로 역대 최고 수치다. 최근 17~18대 국회에서 미처리된 법안은 각각 3575건, 7220건이다.
◆미처리 법안, 20대 국회서 갈등 뇌관
미처리법안에는 여야 간 이견으로 발이 묶인 것이 적지 않다. 정부·여당은 이번에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을 20대 국회에서 재발의 할 방침이어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대표적 갈등 유발 법안은 노동4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파견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이다. 노동법의 경우 파견법을 제외한 분리처리도 논의됐으나 여야 간 이견차로 결국 불발됐다.
서비스법 역시 보건·의료 분야는 제외해야 한다는 야당의 반대가 거세 처리되지 못했다. 여야의 이견차가 상당해 20대 국회에서도 갈등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여야 협상이 속도감을 내며 막판 통과가 점쳐졌던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은행법 개정안, 거래소지주사법 등의 법안도 빛을 보지 못했다. 특히 은행법 개정안과 거래소지주사법 등의 관련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에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국민의당 채이배 비례대표 당선자 등이 배치될 것으로 점쳐져 험로가 예상된다.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정국을 달굴 법안은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과 '세월호특별법' 등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여야 모두 해결 의지가 강하지만 특별법 내 징벌적 손해배상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역시 오는 7월 세월호 인양을 둘러싸고 논란이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에 좋은 모습을 보이고 끝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에 정치가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것 같다"고 자성했다. 19대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업무를 종료한다. 공식 임기 만료일은 오는 2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