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기술보증기금과 주택금융공사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가결했다. 이로써 9개 금융공공기관 중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KDB산업은행에 이어 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 등 네 곳도 이달 중 이사회를 개최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안건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에만 산업은행을 비롯한 세 곳의 금융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기보의 경우 비간부직인 3~4급에도 기본연봉의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고 성과연봉의 차등 폭은 2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김한철 기보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가 뒷받침되도록 하고 세부사항에 대해 노동조합과 지속적으로 협의함으로써 성과중심문화가 조기에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주 전사적 성과연봉제 도입 분수령
아직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금융공공기관도 다음 주내 해당안을 관철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업은행은 사내 인트라넷에 성과주의 세부 평가 방안을 공개, 직원 설득에 나섰다. 그간 잠잠해 온 수출입은행과 예탁결제원 등도 경영진을 중심으로 도입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성과연봉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예보와 캠코를 대상으로 경영 인건비 인센티브를 먼저 지급하는 등 자체적인 인센티브 방안까지 내놓으면서 타사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이달을 데드라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다음 주까진 대부분의 금융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노사간 갈등 극심…대화·타협으로 풀어야
다만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간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른 대화와 타협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앞서 주택금융공사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노사 갈등이 격해지면서 김재천 주금공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김 사장이 성과연봉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나서면서 최근 노조는 찬반투표를 진행, 무려 85.1%가 반대하고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열린 주금공 이사회에선 성과연봉제 도입안이 결정됐다. 기보 역시 이전 노조의 찬반투표에서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 98.57%가 반대, 도입안이 부결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경우 금융노조가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요한 180명을 고발하는 등 노사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도입된 기관들도 추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 대해 정도에 따라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삭감하고, 보수·예산·정원 등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의지가 필요하다"고 역설,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