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 마키나 포스터자료=영화'Ex Machina', NH투자증권
'엑스마키나(Ex Machina)'.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엑스 마키나'는 튜링(기계(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추었는지를 판별하는 실험)에 참여한 인간들이 인공지능에 되레 농락당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실험에 참여한 칼렙은 인공지능 로봇인 에이바에게 빠져든다. 에이바도 칼렙을 정말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하는 체하는 것일까. 에이바는 실험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의식과 상상력, 섹시함, 공감능력을 동원한다. 칼렙도, 에바를 만든 네이든도 그녀의 진심을 헤아리기 어렵다. 칼렙은 자신이 인공지능 로봇이 아닐까 하는 환상에 까지 빠진다
에바와 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 곁에 함께할 날도 머지 않아보인다. 이미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져가고 있다. 은행권도 마찬가지다. 일본 도쿄에 있는 UFJ은행의 지점에는 20개 언어를 구사하고 인간의 감정을 분석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나오) 뱅커가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 분석 시스템인 '켄쇼'를 도입했다.
국내 은행들도 '로보어드바이저'나 인공지능 대출 심사 시스템의 도입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발전 주요 과정자료: KT경제경영연구소, 유진투자증권
◆은행권, 인공지능 자산관리
최근 금융권에 속속 도입되고 있는 인공지능형 시스템은 고액연봉을 받는 '금융맨' 못지않게 맹활약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 자산관리 시스템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투자자문사인쿼터백투자자문, 키움투자자산운용과 업무제휴를 통해 운용하는 '키움 쿼터백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증권투자신탁 펀드'를 지난 12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 펀드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다양한 자산을 투자대상으로 삼으며, 상승 여력보다는 하락위험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운용돼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3일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Cyber PB'(사이버 피비)를 오픈했다. '사이버 PB'는 고객이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의 성향을 진단한 후 투자 목적을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은행권 처음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인 '쿼터백 R-1'을 내놓았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로보어드바이저 시범 서비스인 'S로보 플러스'를 출시했다. 이번 서비스에는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인 DNA의 머신 러닝 알고리즘이 사용됐고 1일 31억6000만 건에 달하는 수익 및 리스크 연산을 통해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는 펀드 상품과 배분 비율을 제시해 준다.
IBK기업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선보였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한 달에 한 번 자산배분 비중을 제안하고, '자산배분결정위원회'에서 3개월에 한 번 이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와 전문 인력 간의 협업을 통해 효과적인 자산배분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와 PB서비스의 비교 자료:유진투자증권
◆AI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아직은 인공지능이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기술도 초보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금융 서비스의 거의 모든 업무가 인간에서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란 데 이견은 없다.
대니얼 내들러 켄쇼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5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전문 애널리스트가 40시간에 걸쳐 하는 작업을 켄쇼는 수분 내 처리할 수 있다"면서 "10년 후 골드만삭스(켄쇼의 최대 고객)의 직원 수는 지금보다 현저히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문인력의 영입과 인공지능 기술 도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준비와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김회민 연구원은 "핀테크 시대에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머신 러닝의 활용 등 첨단기술의 도입에 대한 금융권의 적극적인 준비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문병준 연구원은 "향후 금융산업은 인공지능 기술로 비용 및 리스크 절감 등 생산성 증대, 고객맞춤 서비스 강화, 신규 사업모델 개발 등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의 잠재적 편익에도 불구하고 보안, 책임소재 등에 대한 규제 미비 및 일자리 대체 등에 대한 우려는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