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산업은행에 이어 20일 주택금융공사와 기술보증기금이 각각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가결했다. 이로써 국내 9개 금융공공기관 중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더한 총 다섯 곳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 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한국예탁결제원 등 네 곳도 다음주 중 이사회를 개최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에만 산은을 비롯한 주금공·기보 등 세 곳의 금융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기보의 경우 비간부직인 3·4급에도 기본연봉의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고 성과연봉의 차등 폭을 2배까지 확대한다. 김한철 기보 이사장은 20일 오전 이사회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성과평가가 뒷받침되도록 하고 세부사항에 대해 노동조합과 지속적으로 협의함으로써 성과중심문화가 조기에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주 전사적 성과연봉제 도입" 전망
성과연봉제 도입은 정부가 '무사안일 고임금 직장'이란 평가를 받는 금융공기업에 우선 추진하는 정책이다. 지난 2월 금융위가 발표한 성과주의 정착 방안에 따르면 우선 최하위 직급과 기능직을 뺀 전 직원에게 성과연봉제가 적용된다. 사내 경쟁을 유도, 효율성을 높이겠단 의도다.
아직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금융공공기관 네 곳은 다음 주 내로 해당안을 관철시킬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이미 사내 인트라넷에 성과주의 세부 평가안을 공개, 직원 설득에 나섰다. 23일 이사회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수출입은행과 예탁결제원도 경영진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 내 이사회 개최를 두고 시점을 살피고 있다. 신보도 23일 이사회를 열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성과연봉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예보와 캠코를 대상으로 경영 인건비 인센티브를 먼저 지급하는 등 자체적인 인센티브 방안까지 내놓으면서 타 기관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이달(5월)을 데드라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다음 주까진 대부분의 금융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노사간 합의 생략…'반쪽짜리' 지적도
다만 각 기관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이사회 의결 외에도 아직 노사간 합의라는 '큰 벽'이 남아있다. 일각에선 금융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 등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노조 합의를 생략,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각 기관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짓는데 있어 노사간 대립이 극심한 상황이다.
앞서 주택금융공사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노사간 갈등이 격해지면서 김재천 주금공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주금공 노조는 최근 찬반투표를 진행, 85.1%가 반대표를 행사했다. 그럼에도 불구, 20일 주금공 이사회는 성과연봉제 도입안을 가결했다. 기보 역시 같은날 이사회를 열기 전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찬반투표를 진행하며 98.57%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날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의 경우 금융노조가 산은 회장을 비롯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요한 사측 180명의 임원진을 고발하는 등 노사간 대립이 극심하다"며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기관들도 추후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사회 의결과 노사 합의 두 사안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성과연봉제 도입은 무산된다. 법원에서도 이에 따른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다섯 곳의 금융공공기관 중 이사회 의결과 노사간 합의를 이끈 곳은 아직까진 예금보험공사 뿐이다. 나머지 네 곳의 이사회 의결안은 '반쪽짜리' 성과연봉제 도입안일 따름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금융공공기관의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사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마무리 지어놓고 노조원 측을 설득시킬 계획"이라며 "성과연봉제 도입 취지에 대해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의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