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산업>산업일반

[기자수첩]여보, 품행을 방정하게 합시다



[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10년쯤 전이다. 건설부동산 분야를 취재할 때다. 기관을 말하면 다 알만한 터라 그냥 취재원이라고 하자. 어느날 취재원으로부터 강남에서 보자고 전화가 왔다. 약속 장소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뒤의 한 고급 일식집으로 갔다.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당시 내가 한참 취재를 하고 있던 기사와 관련있는 회사 사장이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건설 과정에서 터널내 송풍시설 공사에 대한 감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부실 공사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제보받고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던 터였다.

상당한 정황과 근거를 토대로 기사도 마무리단계였다. 일단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취재원이 잠깐 나간 틈을 타 그 사장이 나한테 봉투를 내밀었다. 5만원짜리가 없었던 시절이라 두께로 봐선 200만원은 족히 될 듯 보였다.

많은 생각이 오갔다. 그러다 "이 봉투 받으면 난 기자생활 못한다"고 물리쳤다. 몇 번의 고사끝에 사장은 '뒷거래'를 포기했다.

기사는 우여곡절끝에 담당 데스크가 '지엽적인 문제'라며 빛을 보지 못했다. 나만 결국 10만원이 훌쩍 넘는 저녁만 얻어먹은 꼴이 됐다.

내가 당시 취재했던 그 내용은 1년쯤 지나고, 공사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공중파 등에서 취재하며 다시 의혹이 불거졌다.

'김영란법'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다.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교사 그리고 나같은 기자까지 모두 김영란법 대상이다. 3만원 이상의 밥을 얻어먹어서도,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아서도 안된다. 심지어 집사람까지 적용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법이 시행되면 내수가 더욱 침체될 것이라는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깨끗하고 투명한 인간 관계나 조직, 국가가 나쁘게 돌아갈 턱이 없다. 의도했든 안했든 주고받는 것이 줄어들 수록 경제는 오히려 더욱 탄탄해지고 건실해진다. 지금까지가 오히려 잘못됐다. 기자인 나와 아내가 품행을 방정하게 하는 게 진정 문제를 푸는 길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