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식물국회' 오명을 받은 19대 국회가 29일로 막을 내린다. 여야3당 구도로 재편된 상황에서 여야는 '협치'를 강조한 20대 국회의 닻을 올리겠다고 강조했지만 국회법 개정안(일명 상시청문회법)을 놓고 잡음이 나오면서 순항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이 처음으로 도입된 19대 국회는 국정 현안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벌일 때마다 정국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 때문에 '최악의 국회', '식물국회' 오명을 쓴 19대 국회는 결국 마지막까지 합치를 실현하지 못한 채 1만여건의 법안을 폐기시켜야 했다.
17~18대 국회에서 각각 자동 폐기된 3575건, 7220건에 비하면 상당한 양이다.
여야가 입씨름만 하다 결국 폐기시키는 법안에는 정부가 핵심 법안으로 추진했던 노동개혁4개 법안과 서비스산업기본발전법 등 경제활성화법안과 야당이 주장했던 가습기살균제법,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폐기 법안이 급증한 이유에 법안 남발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더 큰 문제는 국회선진화법의 영향이 컸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하고 날치기와 몸싸움을 막아 대화와 합의를 통한 의사운영을 유도한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됐지만 여야가 이를 발목잡는 데 악용하면서 번번히 국회 파행을 겪은 탓이다. 이 법으로 '동물 국회'는 막았지만 '식물 국회'를 자초한 셈이다.
국회선진화법의 요건을 들어 정부와 여당의 직권상정 요청을 거부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안들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점, 정쟁의 구도를 끊어내기 위한 정치개혁을 이루지 못한 점, 국가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남북국회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소회했다.
4·13총선에서 여당의 참패, 야권의 대승으로 20대 국회는 3당 체제를 기반으로 한 여소야대 정국을 맞이하게 됐다. '합치'를 배제한 국정운영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20대 국회 문을 열기도 전에 국회법 개정안이 다시 이들의 합치를 깨뜨리는 모양새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청문회 개최 요건을 확대한 국회법 개정안(상시청문회법)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 마비 등을 이유로 재의 요구(거부권)를 하면서 정국이 급랭한 것이다. 19대 국회를 마비시켰던 국회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의 시작 역시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당장 20대 국회 개원을 위해 전제돼야 할 3당의 원구성 협상 전망이 어둡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당연한 결과"라며 정부의 손을 들었으며, 야권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의 3각 공조를 통해 이에 맞서기로 뜻을 모아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여야3당은 지난 19일 합의를 통해 내달 9일까지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하는 원구성을 마련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상시청문회 사태'로 여야 간 만남 자체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