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정부가 오는 6월에 에너지 공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기능조정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이들 공기업 감사, 비상임이사(사외이사)에 정치권 출신 등 소위 '낙하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원이 다수 포진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감사, 사외이사는 공기업내에서 최고경영자(CEO), 임원(상임이사)들과 달리 독립적 성격을 가지면서 기업의 경영상태를 감독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주임무다. 하지만 해당 직위에 전문성 없는 인물이 앉으면서 보수만 챙기고 '감시·감독·조언'이란 본업무에선 한참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인사가 만사'인 공기업이 방만경영을 하고, 결과적으로 국민 혈세를 쏟아붓는 최악의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감시해야 할 정부도 잘못이 크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오면서 공공기관 요직에 부적격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유독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한 모습이다.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13대, 15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이모 씨가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인천항운노조위원장을 거친 이 씨는 현재 대한민국 헌정회 인천지회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인천대 교수 출신이자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조모 씨도 현재 감사위원이면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한전 비상임이사는 회의참석수당 없이 매년 3000만원씩을 받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국회의원 보좌관, 무풍상사 대표를 역임한 김모 씨가 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가스공사 상임감사는 지난해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또 새누리당 충북도당 선대위 조직본부장 출신인 장모 씨는 비상임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스공사 비상임이사도 매년 3000만원을 받고 있다.
대한석탄공사 상임감사도 자유민주연합 대변인 출신인 유모 씨다. 유 씨는 공무원에서 정치인으로 옷을 바꿔입었다. 석탄공사 상임감사 연봉은 지난해 8313만원, 올해 8528만원이다.
석탄공사 사외이사 명단에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이모 씨,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장모 씨, 국가정보원 국장 출신인 문모 씨 등이 각각 포함됐다.
한전KDN은 6·7대 전남도의회 의원을 역임한 문모 씨를 2014년 당시 상임감사로, 이듬해에는 충북희망포럼 대표인 이모 씨를 사외이사로 각각 영입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공기관 비상임이사는 선임 절차가 불투명한데다 잘못을 해도 책임을 추궁하기가 쉽지 않아 전문성 없는 인사들의 낙하산 자리로 전락한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공기업 사외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 추천 →운영위원회 심의·의결→기획재정부 장관 임명 등의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도 '알리오' 등에 임원모집공고를 하는 기관은 많지 않다. 또 '전략적 사고를 갖춘 분', '합리적 대안제시 능력을 갖춘 분', '공기업 임원으로서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춘 분', '국제 감각이 뛰어난 분' 등 지원자격도 두루뭉술하다보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도 있다.
공공기관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기관장 등에 부적격자가 선임되지 않도록 임원 직위별 전문자격을 구체화하는 등 인사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지 오래다. 하지만 소위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등 낙하산으로 오해할 만한 인물은 여전히 공기업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다음 달 이들 에너지 공기업에 대해 기능 조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해외 자원개발 철수, 일부 에너지 공기업 합병 가능성, 사업재편, 발전자회사 상장 등의 내용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