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국가경제 위기의 순간마다 국내 금융시장과 예금자를 지켜왔다. 앞으로도 '예금자보호와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라는 소임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6월 1일 창립 20주년을 맞은 예금보험공사의 수장 곽범국 사장은 홈페이지 기념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금융안정과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는 기관으로서 자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해 취임 이후 예보 설립 취지 본연의 선제적 부실대응기구로 거듭날 것을 촉구해 온 곽 사장은 지난 4월 29일 노사합의를 통해 국내 금융공기업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또 20년 만에 기업이미지(CI) 교체를 선언했다.
예보 관계자는 "CI교체를 통해 과거 신협과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으로 생긴 부실정리기관이란 이미지를 탈피하고, 금융안정기관이라는 이미지로의 변신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의 버팀목
예보는 지난 1996년 6월 1일 30명 남짓한 직원수로 출발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신협 구조조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국내 경제의 크고 작은 위기의 순간마다 금융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자임해 왔다. 외환위기부터 지금까지 부실 금융사를 정리하며 퇴출사를 대신해 국민에게 예금을 지급(최대 5000만원)했다. 제일·조흥·한빛 등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한 부실은행과 현대생명·대한투자신탁증권·서울보증보험 등 여타 부실 금융사를 정리해 나갔다.
금융위에 따르면 예보가 그간 부실 금융사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168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예보가 지원한 금액은 110조9000억원 규모다. 이와 같은 예보의 적기(適期)·적소(適所)의 구조조정 덕분에 국내 금융시장은 빠르게 정상화되고 시장의 불안도 잠재울 수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금융위기가 빠르게 진정되고 예금자들이 안심하고 금융거래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예보라는 국민 예금 보호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금융 리스크 관리 강화…선제적 대응 나선다
국내 금융산업은 지금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핀테크 활성화 바람이 몰아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상품은 더욱 복잡·세분화되고 있다. 금융산업의 변화에 맞서기 위해 그간의 패스트팔로어(Fast-follower) 전략이 아닌,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퍼스트무버(First-mover)로서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예보 관계자는 "곽 사장 취임 후 예보는 선제적 대응능력을 갖춘 최고의 금융안정 및 예금자보호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잡고자 노력했다"며 "올해 20주년을 맞아 내부역량 강화에 주력, 부서 확대와 인력 보강 등 리스크 관리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예보는 지난 2014년 도입된 차등보험료 평가제도를 활용, 금융사별로 리스크 수준을 평가해 보험료를 차등 부과함으로써 차등폭을 확대해 금융사 리스크 감축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예보 관계자는 "부실 대형 금융사에 대해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회생 또는 정리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하고 기금 건전성 제고를 통해 금융 부실 대응능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충분한 재원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우리은행이나 서울보증보험 등 보유 금융사의 매각을 완료함으로써 투입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